ADVERTISEMENT

[北 경제개혁 1년 시장경제 실험중]<br> 일 욕심은 늘었지만 물가 급등 문제점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지난해 단행한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굉장한 변화로 보는 것은 ‘농민시장’을 ‘시장’으로 바꾸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이 조치가 국정가격과 농민시장의 가격차를 줄이고 종래의 배급제에 의한 상품 배분을 시장에 맡긴 것은 대단한 의의가 있다.”(베이징대 김경일 교수)

“7·1 조치는 전반적으로 북한주민의 노동의욕을 고취하고 경제활동을 활성화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재일본 조선사회과학자협회 강일천 연구기획부장)

고려대 북한학연구소(소장 김동규 교수)가 북한의 경제개혁이라 불리는 7·1 조치 1주년을 맞아 26일 ‘7·1 경제관리 개선조치의 평가와 향후 전망’이란 주제로 개최한 국제학술세미나에서 북한전문가들은 대체로 이 조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金교수는 “7·1 조치 후 북한주민들은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최근 평양백화점에 개인 매대 설치를 허용한다는 소문이 들리는 등 지난 1년간 평양은 수십년 동안의 변화보다 더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점도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7·1 조치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가파른 물가 상승을 꼽았다. 중국이 개혁·개방 당시 10년에 걸쳐 물가를 자유화한 것과 달리, 북한은 7·1 조치로 한꺼번에 물가를 대폭 올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현상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고려대 남성욱 교수는 “인플레이션은 경제현상에서 부정적 측면이 강하지만 사회주의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은 역설적으로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발생은 가격 변화를 통해 시장개혁이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姜연구기획부장도 “일각에서는 고(高)인플레이션에 의해 7·1 조치가 파탄난 것처럼 보는 경향이 있으나 이 조치 이후 국정가격과 시장가격간의 차이가 상당히 줄어듦으로써 북한주민들의 구매력이 확실히 높아졌다”고 반박했다.

7·1 조치의 성격을 놓고도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일본 사사가와 평화재단 이찬우 연구원은 “7·1 조치는 ‘명령형 계획경제’를 ‘지도형 계획경제’로 개선한 것이지 시장지향형 경제개혁정책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金교수도 “7·1 조치는 사회주의 계획경제하의 구조조정”이라고 말했다. 南교수 역시 “7·1 조치는 사회주의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배급제의 이완을 통해 국가가 담당해야 할 각종 지출을 축소해 국가 재정을 건전하게 하는 조치라는 측면에서 계획경제의 이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원 홍순직 연구위원은 이러한 견해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7·1 조치는 계획경제에 자본주의 시장경제 요소를 접목한 북한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며 “북한 나름의 독특하고 새로운 정책 시도”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7·1 조치의 전망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金교수는 “7·1 조치로 인한 변화가 다른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북한의 대외 여건이 개선될수록 이러한 변화는 빨리 올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러나 李연구원은 “7·1 조치는 아직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확실치 않고, 무엇보다 시장지향적 경제제도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 주목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南교수도 “생산성 향상은 자본유입이 함께 이뤄져야 가능한데 7·1 조치만으로 이러한 효과가 나타날지 현재로서는 전망하기 이르다”며 “북핵 문제 해결 등 경제 외부환경의 개선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