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형의 음악이 있는 아침] 브람스 간주곡 Op.118-2, 번민에서 연민으로

중앙일보

입력

브람스의 피아노 소품 Op.118은 모두 6곡입니다.

1893년 여름 예순의 브람스가 바트 이슐에서 완성했습니다.

64년을 살았던 브람스 만년의 작품입니다. 다양한 악상 속에 격정과 슬픔이 번갈아 나옵니다.

그 중 2곡 간주곡(Intermezzo)은 만년의 원숙한 기법이 드러납니다. 은근한 기교에 브람스다운 지성이 두드러집니다.

피아니스트 랑랑은 이 곡에 대해 “사랑스런 이야기를 자녀에게 들려주는 부모의 모습을 닮았다”고 했습니다.

듣다 보면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일견 부드럽게 다가오는 음악 안에는 여러 가지 상념들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브람스의 건반은 번민에서 연민으로 나아갑니다.

한해의 끝자락을 앞두고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듣고 싶은 곡입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