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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사업화 지름길은 ‘스마트 팩토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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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호 10면

바야흐로 뉴 노멀(New Normal: 저성장·저소비·높은 실업률로 대표되는 새로운 경제 질서) 시대가 고착되는 분위기다. 정부가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있지만 경제성장률은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선진국 모델을 벤치마킹하며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모델로는 더 이상 성장을 지속할 수 없는 난관에 봉착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제조업과 원천기술 개발의 붕괴라 할 수 있다. 국내 제조업의 붕괴는 중국·인도의 제조업 성장과 맞물려 있다. 최근 딜로이트 글로벌과 미국경쟁력위원회(US Council on Competitiveness)가 공동 발표한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 순위는 중국·미국 등에 이어 5위다. 하지만 2020년이 되면 인도가 5위로 올라서고 한국은 6위로 한 단계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인도의 제조업 발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와 비슷한 방식으로 성장하는 나라들과 지금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는 것은 오히려 국내 제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일이 될 수 있다.


?원천기술 개발의 붕괴는 과학기술 연구 분야의 미약한 성과에서 기인한다. 과학기술의 연구개발(R&D) 투자 측면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세계 1위인 4.15%다. 문제는 투자와 성과 사이의 불균형에 있다. R&D 투자는 1위지만 R&D 대비 기술수출 비중은 27위다. 특허 출원·등록은 4위인 데 반해 기술 사업화 분야는 43위에 그친다.


?이런 문제를 극복할 방법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과학기술과 제조업이 융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스마트 팩토리 생태계는 말 그대로 ‘똑똑한 공장’이다. 제조공정의 자동화 설비 개념과는 달리 시장의 니즈를 반영한 물건을 생산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차세대 공장 시스템이다. 온라인 클라우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해 필요한 기술, 디자인, 부품기업 및 전문가 네트워크를 한곳에서 연결해 원스톱(One-Stop)으로 제조가 진행되는 시스템이다.


?지금까지 기술개발은 실험실 연구원들의 몫이었고, 제조는 제조 기업의 몫이었다.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은 각기 분리된 이 두 영역을 원활하게 연결해 새 시장을 열고 새 상품을 개발하려는 시도다. 특히 제조업에 기반을 둔 창업기업은 과학자와의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시장의 니즈를 빠르게 충족시켜 주는 상품은 창업기업에서 더 많이 출시되고,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은 창업기업들과 과학자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보다 더 효과적으로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의 첨단 기술이 제조 기업에 전수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제조 기업은 필요한 기술을 신속하게 찾아 신상품을 개발할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이미 ‘인터스트리 4.0’ 계획을 통해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스마트 팩토리 생태계 구축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일본도 스마트 팩토리 생태계 구축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선 LS산전이 자동화 기반 제조업 혁신 솔루션을 직접 개발하고 스마트 팩토리 구축의 첫발을 내디뎠다. 포스코의 광양 후판공장도 이를 시범운영 중이다. 정부도 ‘제조업 혁신 3.0’ 전략에 따라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시동을 걸었지만 선진국에 비해 세부적인 추진 계획과 투자 재원이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과학기술은 감상하고 감탄하는 ‘마술’과 같은 존재가 돼서는 안 된다. 산업 현장에서 적극 활용돼 또 다른 위대한 상품으로 재탄생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과학기술 자체가 돈벌이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되지만, 세상을 이롭게 바꾸는 위대한 과학기술은 엄청난 부가가치도 함께 창출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제조 기업들 스스로 스마트 팩토리를 지향하며, 이를 통해 과학기술에 바탕을 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한국의 과학적 토양을 바꿀 타이밍이다. 과학기술에 한국의 미래를 걸어야 한다. 오늘도 실험실에서 땀 흘리며 연구하는 수많은 연구원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형민 대표?㈜비전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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