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미국…학교에는 폭발물 협박, 테마공원에는 금속탐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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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협박이 미국 전역에서 잇따르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 통합 교육청이 협박 e메일로 인해 관내 초ㆍ중ㆍ고교 1000여곳에 휴교령을 내린 뒤 벌어지는 현상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LA·뉴욕에 이어 17일까지 텍사스주 휴스턴ㆍ댈러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ㆍ포트로더데일 등에서 교내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협박이 접수했다.

이에 따라 댈러스 교육청은 경찰을 통해 17일 오전 학교 두 곳을 수색한 뒤 위협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관내 학교에서 정상 수업을 진행했다. 휴스턴 교육청도 e메일로 온 협박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휴교령을 내리지 않았다. 마이애미의 데이드 카운티도 정상 수업을 진행했다.

당국은 지금까지의 폭발물 협박이 대부분 학생 수가 많은 교육청 관할 지역에 집중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학생들이 많은 지역을 위협해 불안감을 증폭시키려는 심리전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지만 그간의 협박은 실제 폭발물이 없었던 가짜 협박이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불만 전화였거나 모방 범죄일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기말 시험을 피하려는 학생들이 협박 장난에 편승했을 가능성도 나왔다. 인디애나주의 댄빌과 플레인필드에선 페이스북에 학교를 위협하는 글을 올린 학생 2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연방수사국(FBI)은 잇따르는 교내 폭발물 협박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테러에 대한 불안감은 미국의 주요 놀이공원으로도 번져 보안 조치 강화로 이어졌다. 전세계에서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미국의 대표적인 테마파크인 디즈니월드,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일제히 금속탐지기를 설치했다고 올랜도 센티널 등이 전했다. 지난해 6200만명이 찾았던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디즈니월드는 입구에 금속 탐지기를 설치했다. 디즈니월드는 장난감 총의 반입도 금지했고, 14세 이상의 입장객들은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복장을 입지 못하도록 했다. 올랜도의 또 다른 테마파크인 유니버설스튜디오와 시월드도 휴대용 금속탐지기를 소지한 직원들이 입장객 검사에 나섰다.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과 LA에 있는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도 금속탐지기가 설치됐다. 이들 놀이공원에선 경찰의 순찰 활동도 강화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 맥클린에 있는 국가대테러센터(NCC)를 찾아 테러 차단 대책을 보고받은 뒤 “현 시점에선 정보 당국 및 대 테러 전문가들이 파악한 본토 내 공격 위협에 관한 구체적이고 믿을만한 정보는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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