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다 피차이 "자율주행자동차로 인간의 삶에 혁신을 가져올 것"

중앙일보

입력

“난 한국 초등학교 여학생이다.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 C 플러스 등 여러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있다. 아시아 출신인 당신은 어떻게 구글 CEO가 될 수 있었나.”

“내가 초등학교 때보다 학생이 훨씬 앞서가고 있다. 난 어릴때 컴퓨터라는 것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자랐다. 기업가 정신을 기르고 나중에 구글캠퍼스에 다녀라.”

순다 피차이(43)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15일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관계자와 일반인 200명을 대상으로 가진 강연에서 나온 질문과 답변이다. 인도 출신으로 구글 입사 11년 만에 CEO에 오른 피차이는 선임 된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구글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어하는 한국 과학 키즈의 질문이 쏟아졌다.

피차이는 “내 여정은 잘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을 찾는 여정이었다”며 “편한 사람보다 나보다 스마트한 사람,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찾아 협력하고 일해보라”고 조언했다.

이날 피차이 CEO는 머신러닝(기계학습)과 인공지능(AI)이 향후 IT기술의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수 차례 강조했다. 10년 전 인터넷 검색 회사였던 구글이 현재 안드로이드와 유튜브와 같은 모바일 기반 사업체로 바뀌었듯 앞으로는 자율주행자동차나 사물인터넷(IoT)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구글이 자동차를 개발하는 이유는 자동차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보편적 문제를 과학으로 해결해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구글이 그동안 추구해온 철학과 통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율주행 자동차로 교통사고를 줄이는 등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에 대해서는 ”사람의 일자리를 뺏기보다는 업무를 도와주는 방식으로 진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피차이는 “다른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다 아이들이 다칠까 자전거 기술에 대해 걱정하고 있을 때 라이트 형제는 비행기를 개발했다”며 “사람들은 늘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한다“고 했다.

구글의 핵심 인물들의 방한은 올 들어 두번째다. 지난 10월에는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을 이끌고 있는 에릭 슈밋 회장이 한국을 찾아 캠퍼스서울과 국회를 방문했다. 구글은 그동안 한국에 여러 분야에서 관심을 기울여왔다.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위해 한국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고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서울에 구글캠퍼스를 두고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피차이는 한국의 창업가에게도 여러 조언을 했다. 그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20~30년의 장기계획을 갖고 도전하면 성공할 수 있다”며 “여정에서 나타나는 한 두가지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끈기있게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대기업에 대해선 ”전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훌륭하게 성과를 낸 대기업도 앞으로 어떻게 변화에 적응할 지 고민해야 된다“며 ”변화에 적응하는 방편으로 스타트업 인수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04년 구글에 입사한 피차이는 구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과 오랫동안 일했다. 입사 후엔 구글 툴바와 웹브라우저 ‘크롬’의 개발을 주도했으며 지난해부터는 구글 제품 전반의 개발을 총괄해 왔다. 이때부터 순다 피차이는 사실상 구글의 2인자로 활약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8월에는 구글이 알파벳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면서 구글 CEO가 됐다. 당시 미국 언론은 “피차이가 업계에선 덜 알려진 인물이지만 오랜기간 래리 페이지의 ‘오른팔’ 역할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에서 태어난 피차이는 인도공대(IIT) 카라그푸르에서 재료공학 학사,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경영전문석사(MBA)도 보유하고 있다. 졸업 후 미국 반도체 회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서 경력을 쌓았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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