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선거구 획정 직권상정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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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의화 국회의장은 14일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에 “오는 31일까지 선거구 획정이 안 되면 ‘입법 비상사태’로 판단할 수 있다”며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직권상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회선진화법 아래선 의장이라도 ‘천재지변 시·전시 또는 사변 등 국가 비상사태 시’에만 본회의에 법안을 직권상정할 수 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연말까지 선거구 획정이 안 되면 현재의 선거구가 무효화하기는 한다. 이를 ‘비상사태’로까지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선 논란이 따르겠지만 정 의장으로선 최고 수위로 여야에 협상을 종용했다.

“31일까지 안 되면 입법비상사태”
오늘부터 예비후보 등록인데
획정 늦어지며 정치신인들 혼돈

 정 의장이 나선 까닭은 15일부터 내년 총선의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지역구에 사무실을 열고, 명함도 돌릴 수 있다. 사실상 선거전 시작이다. 하지만 14일에도 여야는 선거구 획정안까지는 진도를 나가지도 못한 채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의 비율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진통을 거듭했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정치신인들은 혼돈에 빠졌다. 부산 중동에 출마를 준비해온 새누리당 부산시당 최형욱 대변인은 “내일(15일) 예비후보 등록은 하겠지만 지역구가 어떻게 쪼개질지 몰라 사무실도 얻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서울 중구 출마선언을 한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도 중구가 성동구와 합쳐질 것이란 관측 때문에 현수막을 계속 다시 만들었다. ‘중구를 살리는’이라고 썼던 것을 ‘중·성동구를 살리는’으로 고쳤다가 결국 ‘지역을 살리는’이란 모호한 표현만 넣었다.

 반면 현역 의원들은 ‘의정보고회’란 합법적 행사를 정기적으로 열면서 지역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늑장 선거구 획정이 정치신인을 견제하기 위한 현역 의원들의 꼼수”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첫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박정하(새누리당·원주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선거구 획정이 안 되는 거 자체가 최고의 진입장벽”이라며 "내일(15일)부터 예비고사가 시작되는데 여전히 시험 범위는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궁욱·위문희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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