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모란봉악단 돌연 베이징 공연 전면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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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을 맞아 10월 평양 에서 기념 공연을 펼치고 있는 모란봉악단. [평양 AP=뉴시스]

북한 모란봉악단의 사상 첫 해외 공연이 전격적으로 전면 취소됐다.

모란봉악단은 12일 오후 1시반 숙소인 민쭈(民族)호텔에서 간단한 짐만 꾸린 채 승용차 4~5대에 나눠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여성 14명과 남성 3~4명으로 이뤄진 단원은 오후 4시7분 이륙한 고려항공 전용기편으로 귀국했다. 모란봉악단은 12일 오후 7시반 베이징대극원에서 첫 공연을 할 예정이었다. 지재룡 주중북한대사는 굳은 표정으로 호텔에서 왕자루이 전 중국 대외연락부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됐다. 관계자는 모란봉악단의 귀국 이유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모란봉악단이 빠진 채 국가공훈합창단만 남아 공연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들도 전용열차편으로 귀국을 준비하고 있다. 공연장에서는 기자재를 철거하고 있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 첫해인 2012년 직접 지시해 만든 여성 밴드다. 9일 공연단이 평양에서 중국으로 출발할 때는 북한 서열 5위인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환송을 나올 정도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수소폭탄 발언이 이번 공연 취소의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 위원장이 평양 평천혁명사적지를 시찰하며 “오늘 우리 조국은 자위의 핵탄, 수소탄(수소폭탄)의 폭음을 울릴 수 있는 핵보유국”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튿날인 11일에는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을 통해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 및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일관되게 주장한다고 전했다. 화 대변의 이러한 발언을 놓고 북한 측이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공연을 취소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송월을 두고 김정은의 옛 연인, 첫사랑 운운한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한 불쾌감 표시라는 얘기도 있다. 지금 중국 인터넷에서는 이와 관련된 기사가 삭제되고 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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