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대출규제·불황 … 매수세 발목 잡는 ‘3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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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주택시장 전망

올해 부동산 시장엔 활력이 넘쳤다. 주택거래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값도 많이 올랐다. 서울·수도권은 물론 대구·부산 등지의 신규 분양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평균 수백대 1, 최고 수천대 1에 달했다. 저금리 바람을 타고 상가·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투자자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내년엔 분위기가 바뀔 것 같다. 대출 규제가 시행되는 데다 대출금리마저 오를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 썩 좋지 않다. 2016년 주택시장을 전망해 본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재개발·재건축 이주 봇물
신규 입주 물량 증가 미미
서울·수도권 전세난 지속

정부의 잇따른 규제 완화와 전세난, 저금리 영향으로 올해 주택시장은 거래량이 늘고 가격이 뛰는 등 활황세를 보였다. 주택거래량은 올 들어 10월까지 100만8007건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거래량(100만5173건)을 뛰어 넘었다.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한 영향이다.

정부 규제 완화와 저금리 덕에 집을 사기도 쉬웠다. 여기에 투자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집값도 많이 올랐다. 서울·수도권 아파트 값은 올 들어 11월까지 4.2% 뛰었다. 상승률이 지난해(2.4%)의 두 배 가까이 된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주택시장 활황세의 주 요인이었던 전세난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출규제가 본격화하고 대출금리마저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난에 따른 실수요의 매매 전환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겠지만 대출규제와 국내 경제성장률 둔화 등으로 하반기엔 매수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입주 27만여 가구, 올해보다 9000가구 늘어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년엔 전국에서 27만여 가구가 새로 입주한다. 올해보다 9000여 가구 늘어나지만 전세난 해갈에는 부족할 것 같다. 무엇보다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수도권 입주 물량은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에선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대규모 이주가 시작된다.

올해 말 1300여 가구 규모의 강남구 개포 주공3단지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개포시영(1900여 가구), 강동구 고덕동 주공3단지(4000여 가구) 등이 줄줄이 이주한다. 강남권과 이웃한 경기도 성남시에서 건우 아파트(수정구 태평동)가 올해 말 이주하고, 내년에 4000여 가구 규모의 수정구 신흥동 일대 재개발 구역이 이주한다.

과천에선 주공2단지(1300여가구)와 6단지(1200여가구)가 내년 상반기 이주할 예정이다. J&K도시정비 백준 대표는 “기존 전세 수요에 이주 수요가 가세하므로 전세 물건 부족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 역시 이어지고 있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도 늘어날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인천을 제외한 광역시 등 지방에선 2~3년 전 공급된 물량이 새해부터 입주를 본격화함에 따라 전세시장도 점차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천 외 지방 전세시장은 점차 안정될 듯

전세난이 이어지겠지만 그렇다고 매수세가 올해처럼 확 늘긴 힘들다. 정부가 지난 7월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1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내년에 주택담보대출을 받게 되면 대출원금을 무조건 갚아 나가야 한다. 지금은 매달 이자만 내고 만기 때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방식이 많아 돈을 빌려 집을 사기 쉬웠다. 하지만 내년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원금을 나중에 갚는 만기 일시 상환대출을 요구하면 은행에서 대출을 거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담보대출이지만 대출자의 소득도 따지게 된다. 소득이 없으면 대출금액이 줄거나, 대출이 안 될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대출규제는 주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당초 예상보다 대출규제 수위가 높다면 연초부터 주택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는 삼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명지대 권대중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림세를 보였던 대출금리 역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며 “주택시장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므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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