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기관, 스스로 달라져야 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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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기관의 시설과 장비를 우선적으로 대폭 확대하고 시스템 강화를 위한 재정적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공공의료기관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일반 국민들은 여전히 공공병원이라고 하면 의료수준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는 결국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것은 병을 고치기 위함이라는 본질적 이유를 공공의료기관이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양질의 진료를 적정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곳’으로서 국민들에게 인식되기 위해서는 각 공공의료기관 스스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움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선 새로운 성장가치를 중심으로 의료사업의 내실화에 대한 실천적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공공병원에 대한 재정지원이 정부의 과제라면 병원들 스스로도 우리나라 의료 실정에 맞는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근로복지공단 직영병원의 경우 의료서비스의 패러다임이 ‘진료·처방 중심’에서 ‘관리·예방 중심’으로 변하고 있음을 반영해 지역주민 및 근로자 건강검진 등 산업보건사업에 대한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특정 환자를 위한 특수목적병원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었지만 전국에 고루 있다는 장점을 활용해 보다 많은 지역민들에게 양질의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공공의료가 이전보다 세련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단순히 환자를 진료하는 곳으로서의 기능만이 아니라, 환자와 시간을 가지고 소통할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자는 취지에서다.

근로복지공단 직영병원의 경우 햇수로 3년째 산재근로자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산재로 인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사회 복귀에 성공한 산재근로자가 요양 중인 산재근로자를 대상으로 위기극복 노하우를 요양 초기부터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환자 만족도는 물론이거니와 환자의 심리불안을 줄인다는 점에서 좋은 선례다.

대학병원은 전문 의료진과 선진화된 장비 및 시설을 바탕으로 한 의료서비스 제공으로 환자의 신뢰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고, 중소병원은 전문과를 중심으로 전문병원으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지향하며 환자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의료서비스 개선을 하고 있다. 이처럼 병원 의료서비스는 경쟁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이러한 의료 환경에서 전국 각 지역에 분포되어 지역의 공공의료시스템을 구성하고 지역민 대상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공공의료기관은 지역거점병원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특성이 부각된 의료서비스의 중요성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장비·의료시설의 현대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것도 공공의료기관들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차별화를 부각하기 위해 내실화된 사업과 세련된 공공의료의 질을 높이는 것이 더 큰 목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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