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수막구균 뇌수막염] 건강한 단체 생활을 위해 예방 접종이 필요한 질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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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정희진교수

약 10 여 년 전 겪었던 일이다. 그 당시 22살의 젊은 여성이 응급실에 입원했는데 다리를 살펴보니 작은 점상출혈과 자반성 병변이 관찰됐다. 이 여성은 병원에 오기 이틀 전부터 발열과 오한 증상이 있었다고 했다. 입원 2일째 이 자반들이 온몸으로 퍼져나갔고, 입원 3일째에 접어들면서 저혈압과 의식저하 증상이 동반되기 시작했다. 몇 시간 후 사망했고 혈류가 멈춘 손은 새까맣게 변해있었다. 젊은 나이였기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 여성의 병명은 치명적인 감염질환으로 알려진 수막구균 패혈증이 동반된 뇌수막염이었고 내원하기 수일 전 군대에 갓 입대한 남자친구의 면회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되어 훈련소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위의 환자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수막구균 질환은 일상적인 생활에서 감염될 수 있고, 특히 초기 증상이 감기와 유사해 조기진단이 어렵고 질환이 진행되는 속도도 빨라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수막구균 질환은 뇌를 둘러싼 얇은 막에 수막구균이 침투해 발생되며, 적절한 치료를 받더라도 초기 증상이 나타난 지 24시간 내에 사망하기도 하며 10명 중 1명을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살아남더라도 5명 중 1명은 청력상실, 사지절단, 뇌손상과 같은 끔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막구균은 감염자나 보균자와의 키스, 재채기, 기침 등 호흡기 분비물 및 긴밀한 접촉을 통하거나 기숙사 생활, 식기류 공유 등의 일상생활을 통해서 감염될 수 있다. 실제 수막구균 보균자는 전체 인구의 10%에 달한다는 세계보건기구에서의 보고가 있을 정도 보균율도 높다.
전세계적으로 수막구균 감염 환자는 매년 50만 명이 보고되고 있으며, 이 중 7만5천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도 매년 10명 내외의 감염 환자가 보고되고 있다. 올해도 9월까지 경기, 강원, 부산지역에서 8명의 감염 환자가 발생했고 이중 부산의 3세 남아가 사망하기도 했다.

특히 군인, 기숙사 생활자 등 단체 생활을 하고 있거나 해당 질환 위험지역 방문자의 경우 수막구균 질환의 노출 및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여 년 전인 당시만 해도 수막구균 백신이 국내에 도입되지 않아 예방 접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지만, 2011년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병 2명이 수막구균에 의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2012년부터 국방부에서 신병을 대상으로 한 수막구균 백신 접종을 의무화 하고 있다.

수막구균 뇌수막염 질환은 발생 빈도는 낮지만 감염 시 높은 치사율을 고려한다면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수막구균 질환의 고위험군인 군인뿐만 아니라 단체생활을 하는 청소년부터 성인, 유학생, 해외 출장이 많은 성인 등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는 메낙트라와 멘비오 두 종류의 수막구균 백신이 허가돼 사용되고 있으며, 두 백신 모두 만 2세부터 55세까지는 1회 접종으로 아시아에서 유행하는 혈청형A를 포함한 주요 4가지 수막구균(A,C,Y,W-135)을 예방한다. 단, 만 2세 미만의 경우에서는 효능효과 입증 혈청형과 접종 횟수에서 차이가 있다. 메낙트라는 생후 9개월부터 만 2세 미만에서 3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며 이 연령대에서 국내 유일하게 혈청형A에 대한 효능효과를 입증 받았다는 점, 멘비오의 경우 생후 2개월부터 만 2세 미만에서 4회접종으로 보다 빠른 접종이 가능한 점이 차이점이다.

※ 본 칼럼은 외부필진에 의해 작성된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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