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성적별 맞춤형 지원 전략, 세 번의 기회 잡는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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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국어B형을 제외한 국어·영어·수학이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국어B형은 지난해(139점)보다 3점 하락했고 국어A형·수학·영어는 2~8점 올랐다. 만점자 비율이 수학B형에만 1%를 넘었으며 지난해 3.37%로 가장 많았던 영어는 0.48%로 줄었다. 즉 변별력이 높아진 것이다. 표준점수·백분위·가중치·반영비율 등을 적절히 조율해 세 번의 정시 지원 기회를 어떻게 구사할지 전략을 잘 짜야 한다. 대학입시 지원전략이 입시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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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수험생들이 지난 3~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6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 박람회에서 입학 상담을 받고 있다. 조문규 기자

최상위권
선택과목 유·불리 변환표준점수로 확인
올해 수능시험이 지난해보다 어려워 최상위권에선 예년보다 지원전략을 짜기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능 탐구영역에서 표준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져 일부에선 선택 과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수능 성적 반영방법, 영역별 반영비율과 가중치, 학생부 성적 등 가능한 모든 요소를 비교·분석해야 한다.

 올해 수능 표준점수를 보면 사회탐구에서 최고점 차이가 6점이나 벌어졌다. 이는 최근 3개년 수능시험에서 가장 크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경제 과목은 69점, 한국사·세계지리는 63점이다. 과학탐구는 생명과학I이 76점, 물리II가 63점으로 13점이나 벌어졌다. 상위권 대학들은 이 같은 선택 과목의 유·불리를 보완하기 위해 주로 변환표준점수를 적용한다. 수능 성적표의 표준점수를 백분위 기준으로 환산해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차이를 줄이는 방식이다. 이를 이용하면 만점자의 점수가 비슷해지지만 격차를 완벽하게 메워주진 못한다.

만점자가 10% 넘는 과목에선 문제 한두 개만 틀려도 점수차가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서울대 등 주요 대학들이 탐구와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 자체 변환표준점수를 적용하므로 대학별 변환표준점수를 꼭 확인해야 한다”며 “서울 상위권 대학들이 포진해 있는 가군과 나군에서 두 번의 지원기회를 어떻게 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위권 지원자가 몰리는 의학계열은 경쟁률이 오를 것으로 입시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지난해와 올해 의학계열 모집인원이 1000여 명 늘어난 점도 지원경쟁을 부추기고 있어서다. 의대 모집군을 보면 가군에 경희대·서울대·이화여대·중앙대가 있다. 경북대·경상대·부산대·전남대·충남대·충북대 같은 지방 국립의대도 대부분 가군에 몰려 있다. 이를 제외한 지방 의대는 주로 나군·다군에 있다. 나군에는 가천대·가톨릭대·고려대·성균관대·연세대·인하대·한양대 의대가 포진해 있다. 아주대 의대는 모집대학이 적은 다군에 자리잡았다.

 이종서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올해 수능 과학탐구에서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Ⅰ은 72·67·76·72점, Ⅱ는 63·68·65·64점으로 Ⅱ가 매우 낮다”며 “과학탐구 과목의 조합에 따라 표준점수가 크게 달라져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위권
반영비율 높은 전형에 선택과 집중을
표준점수와 백분위, 수능시험 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국어·영어·수학과 탐구, 가군과 나군을 서로 비교하며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 일부 상위권 대학은 국어·영어·수학은 표준점수로 뽑고 반영비율도 비슷해 인문계열은 사회탐구가, 자연계열은 과학탐구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연계열은 과학탐구 반영비율이 상당히 높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고려대·성균관대·연세대·한양대 자연계열이 과학탐구 반영비율이 30%에 이를 정도다. 상위권 지원자일수록 올해 입시에선 수능시험이 변별력이 확보된 점을 한껏 활용해야 한다. 상위권 대학들 대부분이 지원자의 우열을 가리기 수월한 표준점수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어렵게 출제된 영역을 잘 봤다면 표준점수를, 쉬운 영역을 잘 봤다면 백분위를 각각 반영하는 곳에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필요하다”며 “특히 서울 상위권 대학은 탐구를 변환표준점수로 반영하므로 과목별 점수차이가 얼마나 좁혀지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시모집에선 학생부 성적의 반영비율이 낮다. 반영하는 과목 수와 등급 간 점수 차이도 적다. 하지만 교대는 학생부 비중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모집군을 고를 땐 합격선을 가늠해 봐야 한다. 상위권 대학은 가·나군에 몰려 있으므로 이 중 한 곳에는 꼭 합격하는 지원전략이 필요하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수능시험 성적만 반영하는 대학(학과)이 수능시험과 학생부 성적을 적용하는 대학보다 합격선이 높게 형성된다. 또한 가·나군보다 대학 수와 모집인원이 적은 다군이 경쟁률이 높은 경향이 있다.

중위권
가산점과 학생부도 꼼꼼히 챙겨야
중위권은 수험생 수가 많고 그만큼 경쟁도 가장 치열하다. 중위권 대학은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 반영 과목, 가산점, 학생부 등 반영요소와 반영방법이 다양하다. 따라서 지원자는 성적이 좋은 요소를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둬야 합격률을 높일 수 있다.

중위권 대학은 대부분 수능 4개 영역을 반영하지만 3개만 반영하는 곳도 적지 않다. 성적이 저조한 1개 영역을 과감히 버리면 지원 폭을 넓힐 수 있다. 특히 사회탐구 한 과목의 성적이 저조한 인문계열 지원자라면 제2외국어와 한문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제2외국어나 한문으로 사회탐구 1과목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는 대학으로 건국대·경희대·고려대(서울)·광운대·국민대·성균관대·숙명여대·숭실대·연세대·이화여대·한국외대·한양대 등이 있다.

올해 수능시험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사회탐구는 다소 쉽게 출제돼 고득점자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학 자체 점수로 변환하지 않는 중위권 대학은 지원자가 몰릴 것으로 입시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중위권 대학 중에는 학생부 성적을 반영하는 곳도 있다. 심지어 학생부의 실질 반영비율이 큰 곳도 있다. 이 경우 반영비율·반영방법을 따져봐 학생부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야 한다. 중위권 대학은 반영비율이 인문계열은 국어와 영어가, 자연계열은 수학과 영어가 주로 높은 편이다. 또한 인문계열은 국어B형을, 자연계열은 수학B형을 선택하면 가산점을 주는 곳도 있다. 가산점이 5%에서 많게는 20%까지 돼 당락을 좌우할 정도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중위권은 전형방법이 다양한 만큼 눈치작전도 치열해 원서 접수 전까지 경쟁률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수능시험을 반영하는 정시모집은 소수점까지 우열을 가려 난이도 상승·하락보다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합격의 지름길”이라 말했다.

하위권
특기·적성 고려해 2곳에 안정적 지원
중위권 지원자의 지원 방향에 따라 하위권에선 변동이 커질 수 있다. 중위권 지원자들이 어렵게 출제된 올해 수능시험에 심리적으로 위축돼 하향 지원을 많이 한다면 하위권 인기학과의 합격선과 경쟁률이 올라갈 수 있다. 중하위권 대학은 특정 수능 영역을 지정하지 않은 제한 없이 지원할 수 있는 점도 경쟁률 상승을 부추긴다.

하위권에서는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일부 대학(학과)도 나올 수 있다고 입시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옛날보다 취업과 실무를 중시하게 되면서 4년제 대학 간판보다 전문대학으로 대거 빠져나가는 지원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하위권 지원자는 자신의 특기·적성을 기준으로 2곳에 안정적으로 합격하고 1곳에 도전장을 던져보는 지원전략을 구사해볼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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