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납치·학살에 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콜롬비아에서 좌익반군의 민간인 납치와 우익민병대의 좌익 학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세계 최대의 마약 밀수출로도 악명이 높은 인구 4천3백여만명의 이 나라는 브라질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개혁의 물결에서도 소외된 채 내란의 늪에 빠져 있다.

최악의 납치범들=가톨릭계 보수정권의 전복을 노리며 반란활동을 하고 있는 좌익반군은 군사비.활동비를 벌어들이려 잔혹한 시민 납치극을 벌이고 있다. 콜롬비아에서는 연간 3천여명이 납치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80대 노인들까지 잇따라 납치되자 국내 여론이 들끓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의 노인 55명이 납치된 것으로 집계됐으며 최고령자는 84세 할아버지로 알려졌다.

치안 불안을 못이겨 많은 이들이 나라를 떠나고 인질의 몸값을 지불하느라 파산한 가정도 적지 않다. 납치범들은 2년 전부터 노인들에게도 손을 뻗쳤다. 납치가 일상화하면서 돈이 될 만한 납치 대상자를 쉽게 찾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2개월 전 콜롬비아 서부 안고스투라에서 납치된 카리나 루이스(81) 할머니가 대표적이다. 교사에서부터 성공한 사업가까지 나름대로 사회에 정착한 자손 13명이 모두 나섰지만 몸값으로 책정된 미화 42만5천달러를 모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납치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여겨지는 최대 반군단체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은 지난달 초순 루이스 할머니 필체로 적힌 서한을 가족에게 보내면서 끈질기게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 납치된 노인들은 정글과 험준한 산악지대에 거점을 둔 반군들과 혹독한 생활을 함께해야 한다. 몸값을 지불하고 최근 풀려난 어느 할머니는 납치된 47일간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매일 고통의 세월을 보냈다.

우익의 좌익 학살=콜롬비아 정부군은 정유공장으로 유명한 하항(河港) 바랑카베르메하에서 좌익혐의자 4백50명을 사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극우파 과격단체 콜롬비아연합자위군(AUC) 지도자를 체포했다고 현지 언론이 지난 22일 보도했다.

체포된 사이드 세풀베다는 콜롬비아무장혁명군의 과거 수년간 거점이었던 마그달레나 강 연안의 이 항구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좌익 게릴라로 의심되는 이들을 무자비하게 사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약 1만명 규모로 알려진 AUC는 처음에는 목장 노동자들이나 마약 밀매범들이 좌익 게릴라에 맞서 싸우기 위한 자경단적 성격으로 출발했으나 이후 무장단체로 조직화하면서 정부에 의해 불법단체로 규정됐다.

멕시코시티=김영섭 연합뉴스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