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95년만에 1면 사설을 쓴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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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1면 톱 자리에 사설을 실어 총기 규제 강화를 역설했다. NYT가 1면에 사설을 실은 것은 1920년 워런 하딩 전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에 유감을 표명했던 이후 95년 만이다.

이 신문은 ‘총기 창궐(The Gun Epidemic)’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잔혹하게 빠르고 효율적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게 만들어진 무기를 합법적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격분할 일이자 국가적 수치”라고 주장했다.

NYT는 “미국의 선출직 지도자들은 총기 범죄의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지만, 정작 대량 살상 무기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제한을 거부하고 있다”며 총기 규제에 소극적인 정치권을 성토했다. 또 “정치인들은 총기 시장을 만들어줌으로써 잠재적 살인자들의 범행을 부추기고 유권자들은 이런 정치인들을 계속 뽑아주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어떤 권리도 합리적인 규제로부터 제한 받지 않는 것은 없다”면서 “캘리포니아 테러에서 쓰인 전투용 소총과 특정한 종류의 탄약들은 민간인 소지를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YT 발행인인 아서 설즈버거 2세 회장은 성명을 통해 “총기 재앙에 관한 미국의 무능에 대한 좌절과 비통함을 강하고 가시적으로 전하려고 사설을 1면에 게재했다”며 “미국이 국민 보호에 실패했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미국에서는 총기 사고가 증가할수록 총기 판매는 증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2001년 555만개이던 총기 판매는 지난해 1088만개로 두 배 가량 늘었다. 미 언론은 잇따르는 총기 사고로 올해 총기 판매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미국인들은 대규모 총기 사고가 나면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고 동조하면서도 ‘나도 하나쯤은 집에 둬야겠다’는 심리를 갖다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대표적 기독교 학교인 리버티 대학의 제리 폴웰 주니어 총장은 6일 대학 학위 수여식에서 “샌버나디노에서 총기를 난사한 그런 무슬림이 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우리는 그들을 저지할 수 있다“며 학생들에게 총기 소지를 권고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정원엽 기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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