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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중국을 떠나간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뉴스위크]

올해 위안화에서 외국 통화로 갈아탄 자산 6000억 달러 넘어… 주가하락, 비용 상승 등으로 외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인도 해외로 눈 돌려

20년 전 패션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한 유럽 사업가가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무한한 시장성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중국 공장들에 하청을 줘 고급 의류를 생산하는 그의 회사는 단기간에 불같이 일어났다. 곧 현지 직원이 20여 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올가을 어느 날 아침 그 사업가는 자택 거실에 앉아 부동산 중개인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은 게 별로 없는 회사 문을 닫고 유럽으로 회사를 옮길 작정이었다.

그는 “여기서 한때 호경기를 누렸지만 이제 떠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익명을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한 그 사업가는 환경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사람들이 친절하고 삶이 소박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사람들이 돈에 눈이 멀어 모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집세는 높고 교육비는 비싸다. 오염은 또 어떤가. 이젠 지쳤다. 정말 더는 여기 있고 싶지 않다.”

경기둔화로 인한 불안감, 예측 불허의 사업 규제 변경도 영향을 미쳤다고 그가 덧붙였다. 그렇게 느끼는 사람은 그뿐이 아니다. 그는 “집을 내놓는 사람이 많다는 말을 중개인에게서 들었다”며 그중에는 해외 이주를 모색하는 중국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공식 데이터가 중국에서의 자본이탈 추세를 뒷받침한다. 내국인·외국인 할 것 없이 중국에서 자산을 빼돌리는 투자자가 증가하며 속도도 갈수록 빨라진다. 중국 위안화에서 외국 통화로 갈아탄 자본이 올해에만 6000억 달러를 웃돈다. 지난 8월과 9월에는 한 달에 1000억 달러 이상으로 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전까지는 자본 유출액이 월 50억 달러에도 못 미쳤다.

자본의 중국 이탈을 부채질하는 요인은 많다. 지난 8월 중국 위안화를 갑자기 평가절하한 중국 정부의 결정에 대한 경계심이 한 가지 주요 요인이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당국자들이 밝힌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수출감소, 경제성장 둔화뿐 아니라 지난여름 약 30%나 하락한 중국 증시의 롤러코스터 장세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수출품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높일 목적으로 또 한번의 평가절하를 추진 중이라는 소문이 일부 금융 분석가들 사이에 무성하다. 모건 스탠리의 아시아 담당 수석 경제분석가를 지낸 앤디 시에는 1990년대 후반 아시아에서 일어났던 외환 위기에 필적하는 사태를 경고했다. 당시 동남아·홍콩·한국의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일었던 투기 거품이 결국 신뢰위기를 초래하면서 통화가치가 급락했다.

“요즘 중국의 상황이 1998년 동아시아와 똑같이 돌아 간다”고 시에가 말했다. “투자를 너무 많이 했고 투기로 인해 설비가 남아돌았다. 실질적으로 이익을 올릴 기회가 없었는데도 자금공급은 계속 증가했다. 그러다 투기가 중단되면서 경제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지만 정부는 금리를 올릴 생각이 없었다. 사람들이 일제히 떠나고 싶어 하면서 통화가 붕괴됐다. 돈이 빠져나가면 혼란만 남는다.”

아시아 외환위기 때 통화가치 하락은 경제에 큰 후유증을 초래했다. 수입품 가격이 상승하고, 인플레가 확대되고, 뒤이은 감원 물결로 대규모 채무불이행이 촉발됐다. 요즘 경제성장의 현저한 감속은 오늘날 중국에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중국 지도부는 최근 국민이 적당한 번영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향후 5년간 최소 연 6.5% 이상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기에 걸린 경제의 앞날을 감안할 때 통제를 벗어난 자본유출 전망은 큰 고민을 안겨준다.

하지만 약 20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를 낳았던 환경과 현재 중국의 경제난국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대다수 경제전문가는 본다. 무엇보다 중국의 경제규모, 그리고 3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외환보유고가 통화가치를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ANZ 은행의 류리강 중화권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분석으로는 6개월의 수입 수요와 단기 부채 상환 그리고 현지 등록 외국기업의 외환 수요 자금으로 1조 1000억 달러 선만 있으면 된다”며 “그 이상은 없어도 되는 잉여 자금”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무역이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흑자다. 최근 통계를 보면 중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 증가율이 다소 반등 기미를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자본이탈을 저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만큼 분명 위험이 도사린다. 오랜 규정에 따라 일반인이 중국 위안화를 외국 통화로 환전 가능한 금액은 연간 최대 5만 달러다. 최근 중국 정부는 그런 제한을 피할 수 있는 채널에 압박을 가했다. 해외 자동입출금기(ATM)에서 인출할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하고, 외환거래를 취급하는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높였다. 이 같은 조치가 “투기적 거래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류리강 이코노미스트는 말한다. 중국 정부는 ‘토빈세’ 부과도 검토 중이다. 투기자본을 규제할 목적으로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이 고안했다.

시에는 이 같은 조치를 가리켜 단기적 처방이라고 평가한다. “이 같은 규제는 소시민의 돈만 묶어놓을 뿐이다. 하지만 부자들은 여전히 해외 자산을 매입할 수 있다. 흔히 지배계급이 돈을 국외로 빼돌린 다음 통화붕괴가 일어난다. 요즘 이들 중국인 부자가 외국 기업이든 런던의 부동산이든 해외 자산을 사들이는 현상이 벌어지는데 모두 자본도피다.”

외국인의 중국 투자 러시는 수십 년 동안 세계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주요 견인차였다. 요즘엔 중국경제 걱정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시에는 설명했다.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에 그렇게 비관적인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중국 투자를 늘리지 않고 있다. 성장이 정체되면서 아주 많은 문제가 일어난다.”

위안화 가치 하락은 앞서 언급한 유럽인 사업가에게 특히 큰 타격을 줬다. 그는 “여러 해 전부터 평가절하의 조짐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돌연 이틀 사이에 달러 당 6.1위안에서 6.4위안으로 떨어졌다. 순전히 수출증대가 목적이었다. 명확한 설명도 없이 이런 식으로 평가절하를 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중국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중국시장에 대한 투자가 안전한 건지 그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져갔다. 중국인 정보통 친구들은 향후 2년 사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그 유럽 사업가에게 조언했다. 부동산 시장은 10년여의 호황에 이어 3년의 침체를 거친 뒤 올해 다시 상승했다. 그는 “물론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중국인도 있지만 유럽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사업비용뿐 아니라 납품가격 상승도 중국시장 철수 결정의 또 다른 요인이었다. 임대료·임금·지가뿐 아니라 높은 수입관세로 인해 큰 폭의 이익을 올리기가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 “특히 도시 임금이 크게 상승했고 중국의 어느 공장이나 하청비용이 아주 높다. 이런 공장들은 새 장비를 들여놓으면 1년 안에 본전을 뽑으려 한다. 어떤 제품은 남부 유럽에서 만드는 편이 오히려 비용이 적게 든다.”

납품업자가 또 다른 스트레스였다고 그는 말했다. 그들은 주문이 계속되자 자만에 빠졌다. “주문량이 너무 적다고 불평하거나 능력 이상으로 주문을 받아 납기일을 맞추지 못했다. 이 문제를 수습하려고 하루 25시간씩 일했는데 이젠 넌더리 난다.” 통화 국외 유출입 규제도 사업에 어려움을 안겨줬다고 그는 덧붙였다.

유럽인 사업가의 신뢰 감소는 중국을 떠나는 자본유출의 바탕에 깔린 전반적인 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하이에 있는 중국·유럽 국제비즈니스 스쿨(CEIBS) 국제금융연구소의 류성쥔 부소장은 “중국 주식시장, 시장경제로의 이행, 법치 개혁과 개방에 대한 우리의 진실성에 세계인의 신뢰가 흔들렸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몇 가지 실수가 잇따랐다. 올해 초 중국 관영 매체가 주가 상승을 “아주 무책임하게” 조장한 것을 시작으로 규제당국이 내부자거래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그 뒤엔 하락장에서 주가가 자연스런 수준에 도달하기 전에 너무 일찍 시장에 개입해 주가부양을 시도했다. “문제의 주범”이 아닌 외국인 투기꾼들에게 책임의 상당 부분을 돌리는 것도 투자 심리를 싸늘하게 식히는 데 한몫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지난여름의 사건들이 충격을 던져줬다는 데는 조르그 부트케 주중 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가 이 문제를 걱정한다. 중국 지도부가 갖고 있던 무소불위의 이미지가 벗겨져 나갔다. 일 처리가 매끄러운 정책집행 머신으로 간주돼왔던 터라 놀라움이 더 컸다. 엄청난 시장규모의 매력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분명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중국에 이미 자리 잡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부트케 회장은 말한다. 그러나 펀드 매니저 같은 금융업계 종사자들은 훨씬 더 탄력적인 자세를 갖고 있으며 자금을 외부로 유출시킬 수 있었다.

“시장과 정책의 아주 큰 불안정성이 투자자 심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미국 소재 한 중국 테마 투자 펀드 매니저도 동의한다.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일부 자금은 원자재 또는 싱가포르의 FTSE A50 중국 주가지수 선물 시장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현금을 손에 들고 사태를 관망한다.”

시장 변동성 이후 주가지수 선물 거래 관련 규제가 크게 강화되면서 이 시장은 중국 내 투자자들에게 “사실상 닫혔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에 따라 많은 사람이 고대했던 추가적인 금융개혁이 지연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다.

경제, 시장, 개혁전망에 대한 불안은 또한 위안화의 추가적인 절하 우려를 부채질했다. 이는 자본도피를 조장하는 중대한 요인이다. 류리강 이코노미스트는 정부 개입 덕분에 위안화가 더 절하되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문제는 서방 투자자들이 볼 때 정부의 신뢰성이 훼손됐다는 점이라고 그는 말했다. “추가 절하 우려가 아직도 남아 있다. 인민은행(중국 중앙은행)이 관리하지 못한다면 더 큰 자본도피가 일어날 수 있다.”

올해 홍콩의 부동산·물류·통신 재벌 리카싱은 중국 내 여러 개의 대형 개발프로젝트를 매각해 영국 통신사업자 O2 같은 회사에 약 3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하자 중국 내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언론은 경기가 둔화되는 시기에 발을 뺀다며 의리 심지어 애국심이 부족하다고 비난했다. 그가 정부 지도층 내의 깊은 연줄로 혜택을 봤고 다른 투자자들이 그의 뒤를 따라 움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친구들도 발길 돌린다

리카싱은 정상적인 사업거래였다고 반박하며 ‘터무니없는’ 공격이라고 비판자들을 비난했다. 류성쥔 부소장은 리카싱의 매각이 부분적으로 은퇴 준비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의 조치가 “현 중국 지도부에 대한 신뢰 결여의 신호”로 비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지도부는 시장개혁과 지속적인 부패단속을 계속 공언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마오쩌둥 시대를 연상시키는 이념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교육과 정치에서 서구적 가치의 날카로운 비판, 주권 재천명, 미디어와 인터넷에서의 표현, 시민사회 탄압 등이다. 이처럼 이념을 강조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경제개혁뿐 아니라 개인의 부와 자산 보호를 약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정부의 변덕이 죽 끓듯 하는 탓에 때로는 중국 내 자산이 묶이기 전에 대책을 강구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최근 중국 기반 사업의 일부를 본국으로 이전시킨 서방 전문직 종사자가가 말했다. “중국은 변동성이 크게 느껴질 수 있는 곳이다. 탄력성을 원한다면 개인의 투자자산을 집중시킬 만한 곳은 아니다.”

정치에 관한 우려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시 주석은 반부패 캠페인으로 많은 중국인에게 여전히 인기가 높다. 하지만 그것도 일부 집단에는 개인 자산(나아가 자신과 가족)을 해외로 옮겨야 할 또 다른 동기가 되고 있다.

“중국에서 돈을 버는 상당수 특히 부동산 업계 사람은 정부에 줄이 닿아 있다”고 중국인의 유럽 투자에 조언하는 게리 궉 컨설턴트가 말했다. “그리고 그런 연줄을 동원해 돈을 번 몇몇 사람은 부패 단속으로 위태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자산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해 일부라도 해외로 빼돌리려고 한다.”

이 같은 문제들은 근년 들어 해외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직접 이주하는 중국인(슈퍼리치뿐 아니라 중산층까지)의 증가를 부추기는 여러 요인 중 최근의 사례일 뿐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두 가지 동기를 갖고 있다. 하나는 재산 일부를 해외로 빼돌리는 것, 또 하나는 자녀를 더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궉 컨설턴트는 설명했다. “그들은 대기오염, 식품안전을 걱정한다. 유럽에선 오염이 심하지 않고 가짜 술도 없다. 우유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다. 서방 교육 시스템 또한 선호한다.”

지난 몇 달 사이 중국 주식시장의 거품 붕괴는 중국인 부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궉 컨설턴트는 말한다. “올해 초 주가가 날아오를 때는 많은 사람이 주식투자에 열을 올렸다. 그러다가 한순간에 거품이 터져버리자 주식시장이 불안정하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지금은 해외 부동산을 더 안정적인 투자라고 여긴다.”

여러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녹지그룹·완다·완커 같은 회사들)가 영국 런던을 비롯한 기타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부동산 개발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 트렌드가 향후 몇 년 동안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말한다. “이들은 중국에서 유명한 기업들이다. 해외투자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이들 브랜드를 신뢰한다”고 궉 컨설턴트가 말했다.

후룬 리포트는 중국의 부자들을 분석하는 상하이의 조사 업체다. 중국인 부자 중 3분의 2 가까이가 외국 여권을 취득했거나 취득을 고려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해 큰 관심을 끌었다. 후룬의 창업자 루퍼트 후거워프에 따르면 그 뒤로 외국 여권 취득 열기는 다소 가라앉았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상당수 서방 국가가 이젠 중국인에게 10년짜리 복수 입국 비자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과거 중국 여권으로는 불가능했던 수준까지 여행의 자유를 줬다. 일부 해외 주재 중국인은 여전히 중국 본토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고 후거워프 창업자는 평한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 환경은 여전히 많은 사람의 해외 이주를 조장한다고 그는 말한다. “전에는 사람들이 중국의 전반적인 삶의 질에 의문을 품었지만 요즘은 경제성장의 감속으로 아예 ‘호주나 뉴질랜드로 나가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는다.”

그리고 해외로 유출되는 자금 규모가 아직 심각한 문제는 아닐지 모르지만 이 같은 트렌드로 인해 중국이 다른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류성쥔 부소장은 “중국은 자산뿐 아니라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창업 정신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 자산이 안전하다는 확신이 없어 중국 기업가들이 해외로 이주한다면 큰 문제다. 그들이 마음 편히 기업을 경영하고 혁신할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해 줘야만 기업가들이 장기적으로 확신을 갖고 사업할 수 있다.”

비상장 기업에 중국 주식시장의 문호를 개방하면 투자자들이 믿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류성쥔 부소장은 말한다. 류리강 이코노미스트는 외국 자본에 시장을 개방하고 금융 서비스 분야에 외국기업의 전면적인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법률 서비스와 보험 같은 업종에는 외국 기업들이 진입할 수 없고 금융 업종에 대한 제한도 변함없다. 이를 개혁하면 “훨씬 더 많고 안정적인 자본을 중국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중국 내에선 위안화가 예상대로 올 후반에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구성 통화에 편입되면 위안화의 신뢰성이 높아져 자본 유출이 둔화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지금 같은 환경에선 불안한 중국의 투자자를 안심시키기에는 그런 조치로는 부족하다.

‘아기 걸음마’ 개혁

중국 정부는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최근 수립된 5개년 계획은 법률의 투명성 확대와 외국 투자자본에 대한 문호 개방을 약속한다. 그리고 오는 12월 외국인이 투자 가능한 업종 리스트가 새로 발표될 때 세부사항이 밝혀질 수도 있다. 정부 당국은 또한 상하이자유무역 시범구를 통해 중국인의 해외 금융상품 투자(지금까지는 극히 제한적) 확대를 허용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류리강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는 “대규모 자본유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자본 계정을 추가 개방하려는 의지가 정부에 있음을 보여주는 고무적 신호”다.

지난 10월 팡싱하이와 리차오 2명이 중국 증권감독기관의 부주석으로 새로 임명됐다. 모두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인기 있는 글로벌한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이 또한 정부가 투자자 신뢰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의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EU 상공회의소의 부트케 회장은 “예상치 않았던 언론의 탐문과 세계 투자자들의 공격이 정부 당국에 큰 경종을 울렸다”며 “그 자리에 팡싱하이가 임명됐다는 사실은 그들이 뭔가 교훈을 얻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부트케 회장은 중국의 장기적인 개방 전망을 현재로선 낙관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제 내에 여전히 개혁에 대한 저항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2년 전 정부가 자유화를 약속했던 경제분야의 더딘 발전 속도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또한 중국의 인터넷 이용 제한이 상거래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중국 당국이 중국의 해외투자보다 중국으로의 외자유치를 늘리려는 마음이 정말 있다면 “언행이 일치돼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개혁 노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중국이 아기 걸음마하듯 개혁을 해서는 안 된다. 세계경제에 중국만 있는 건 아니다. 우리에겐 선택지가 있다.”

- 던칸 휴윗 아이비타임스 기자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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