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관장에 스페인 마리 … 미술계 히딩크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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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중앙포토]

1년 넘게 비어 있던 국립현대미술관장에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Bartomeu Mari Ribas·49)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MACBA) 관장이 임명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예술기관 대표로 외국인이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체부는 “7월부터 실시한 공개모집 절차와 서류 및 면접심사 등을 거쳐 추천된 임용 후보자에 대한 신원조회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바르토메우 마리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 회장을 임명한다”고 2일 발표했다.

큐레이터 겸 행정가로 명성
문체부 “자국 경제 위기 속
관람객·수익 늘려 경영 입증”
전시회 스캔들 전력 논란도

 바르토메우 마리 신임 관장은 네덜란드 현대미술센터인 비테 데 비트의 예술감독(1996~2001),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 관장(2008~15) 등을 지내며 전시기획과 미술관 운영에 경력을 쌓은 큐레이터 겸 행정가다. 문체부는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에 7년간 관장으로 재직하면서 스페인의 경제 위기 속에서도 관람객 수와 입장 수익을 늘리고 해외 유수 기관들과의 협력을 확충하며 미술관 경영 능력을 보여줬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 회장직을 맡으며 현대미술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 폭넓은 세계적 관계망을 구축해 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문체부는 “ 법인화 추진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제고하고, 폭넓은 개혁을 통해 세계적 기준에 맞게 미술관의 조직과 선진형 운영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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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장 재임 중 벌어진 ‘짐승과 주권’ 전시회 스캔들로 지난 3월 관장직을 자진 사임한 배경에 대해 문체부는 “면접 시 본인이 먼저 밝혔다”며 “‘미술관을 보호하기 위한 관장으로서의 선택이었으며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는 본인의 소명을 면밀히 검토한 후 임명을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술계에서는 투명하지 못한 선임 과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분위기다. 지난 7월 1차 공모 과정에서 우선순위에 오른 후보자가 적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탈락해 기자회견을 여는 등 잡음이 심했던 만큼 보다 신중하고 타당한 선발 진행에 의해 미술계의 중지를 모은 인물이 신임 관장으로 뽑히기를 희망했다. 2차 공모의 최종 후보자군에 오른 외국인 1명과 내국인 2명에 관한 구설이 흘러나오자 미술계는 “미술관이 축구장이냐”며 부정적 반응을 보여 왔다.

 이성낙 (사)현대미술관 회장은 “차라리 미술계 히딩크가 됐으면 좋겠다”며 “정부가 그간 소홀했던 국립현대미술관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는 계기로 삼자”고 제언했다. 이 회장은 “이미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에 외국 전문가를 영입한 예가 있고, 올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특별전 예술감독으로 프랑스 작가 알랭 드 보통을 위촉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일회용 행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관장은 국내외 행정 업무를 비롯해 다양한 전시를 기획·진행하고 책임지며 그에 소요되는 예산을 몇 년에 걸쳐 직접 챙기고 집행하는 자리다. 국제 지명도가 있는 관장이 온 참에 작품 구입 예산도 선진국 수준으로 늘리고 전시 질도 높이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의 국제화를 이룰 수 있는 획기적 지원책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마리 신임 관장의 임기는 2018년까지 3년으로 오는 14일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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