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창업 꿈꾸는 대학생 중국 41%, 한국은 6%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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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웨이칭천(魏淸晨·37)은 2011년 베이징(北京) 하이뎬(海淀)구의 ‘처쿠(車庫)카페’란 곳을 찾았다.

중국 IT 촹커 열기, 국가 지원 활발
중관춘엔 1년 새 600개 기업 생겨

 스티브 잡스가 차고에서 애플을 창업한 데 착안해 지은 이름으로 정보기술(IT) 관련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모임 장소다. 웨이칭천은 당시 폭스콘 공장 근로자들이 연이어 투신자살한다는 기사를 접하며 사람의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정서와 관련된 소프트웨어 개발을 생각했다. 그는 카페에서 만난 5명과 함께 목소리·심장박동·숨소리를 통해 사용자의 감정을 파악하는 앱을 만들어냈다. 이 앱으로 지난해 세계 각지의 35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참가하는 핀란드의 창업경진대회 ‘슬러시 월드’에서 금상을 받았다. 개발 과정에서 중국과학원과 처쿠카페의 다양한 창업지원서비스는 물론 현재는 칭화대 사이언스파크에 입주해 영문판 앱을 만들고 있다.

 처쿠카페가 위치한 곳은 주변 40여 대학의 학생들이 창업하기 위해 몰리는 정부 주도의 창업지원단지인 중관춘(中關村)이다. 이 지역엔 웨이칭천과 같은 수많은 ‘촹커(創客·혁신 창업자)’가 둥지를 틀고 있다. KOTRA 베이징무역관에 따르면 지난 1년 사이 중관춘 창업거리에서만 600개의 기업이 탄생했다.

 이런 중국 청년들의 창업 열기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2일 발표한 ‘한·중·일 청년창업, 중국 열풍, 일본 미풍, 한국은…’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3국 대학(원)생 중 졸업 후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의 비중은 중국이 40.8%로 월등했다. 한국은 6.1%, 일본은 3.8%에 지나지 않았다. 설문조사는 10월 4~7일 3국의 수도권 대학(원)생 53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국 청년들은 주로 취업의 어려움(한국 30.2%, 중국 10.7%, 일본 9.1%) 탓에 창업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쩔 수 없이 창업전선으로 방향을 튼다는 것이다. 또 실패에 대한 부담(38%)을 주요 창업 장애 요인으로 꼽았다. 중국의 경우 17.8%만 실패할 것을 우려했다.

 국내 대학(원)생들은 또 요식업(31.3%)과 같은 생계형 창업을 원하는 사람이 많았다. 반면 중국 청년들은 혁신형 창업과 연관된 IT 분야(20.1%)에 대한 관심이 컸다. 해외 진출을 고려하는 청년 비율도 중국은 84.6%로 한국(32.4%)과 일본(16.7%)에 비해 크게 높았다.

 김보경 국제무역연구원은 “샤오미·알리바바와 같은 IT 창업기업의 약진과 창업을 응원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중국 청년들의 창업 선호도가 높은 반면 한국은 안정적 직장 선호와 경쟁력 있는 창업생태계 구축 미흡 등으로 저조하다”고 분석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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