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해외진출때 대기업과 함께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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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내 중견 웹 솔루션 업체인 N사는 2001년 개발인력 8명을 미국 현지법인으로 보내 미국시장에 맞는 솔루션 개발에 착수했다.

국내에서는 기술력도 충분히 인정받았고 제품도 잘 팔렸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도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현지의 자금.마케팅.각종 연구정보에 대한 지원제도에 어두워 제품 개발은 지지부진했고, 판매도 대형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 결과, 법인을 세운 1999년 이후 4년여 동안 60억원의 손해를 봤다.

국내 정상급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V사와 기업용 솔루션 업체인 H사도 99년을 전후해 미국시장을 두드렸으나 마케팅과 유통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금까지 90억원씩의 적자를 봤다. 정보통신부는 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보통신(IT)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함께 해외에 진출하는 방안을 마련, 올 연말께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대기업이 가진 현지 정보와 마케팅 경험, 유통망 등을 중소기업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 해외 진출의 실패 확률을 줄이자는 얘기다. 대기업은 중소업체의 제품에 자사 브랜드를 붙여 팔 수 있어 '윈윈 게임'이 가능해진다.

정통부 관계자는 "지난주 부처 산하기관인 한국정보통신수출진흥센터가 올 들어 국내 11개 IT 수출기업 최고경영자(CEO) 포럼에서 논의된 의견을 모아 이 같은 내용을 건의했다"며 "침체된 IT기업의 수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보고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정통부가 마련 중인 방안에는 대기업과 몇개 중소기업이 공동 투자한 현지법인 설립을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미 해외에 진출해 있는 대기업의 현지법인들은 중소 IT기업의 해외 진출시 컨설팅은 물론 자사 유통망과 마케팅 정보를 제공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IT기업의 80% 가량이 독자적으로 해외진출을 했다가 실패했다"며 "먼저 진출한 대기업들의 정보를 중소기업이 활용하면 실패확률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가 지난 4월 IT 업체 7백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IT 기업의 절반 이상( 67%)이 ▶해외 기업정보 부족 ▶비즈니스 파트너 및 마케팅 부족이 해외 진출의 실패원인이라고 답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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