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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4번째 MVP … 최강희 “애가 5명, 5년 더 뛰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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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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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K리그 우승을 차지한 전북 현대가 시상식도 휩쓸었다. 최강희 감독(가운데)은 최고의 감독상을 수상했고, 이동국(오른쪽)은 최우수선수상(MVP)과 팬들이 뽑은 ‘팬(fan)타스틱 플레이어상’을 받았다. 영플레이어상은 이재성(왼쪽)에게 돌아갔다. 시상이 끝나고 나란히 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수상자들. [뉴시스]

‘사자왕’과 ‘황태자’가 나란히 올 시즌 프로축구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전북 현대의 K리그 클래식 2연패를 이끈 이동국(36)과 이재성(23)이 각각 최우수선수상과 영플레이어상을 품에 안았다.

‘늙었다’ 편견 맞서 전북 우승 견인
“수퍼맨처럼 든든한 아빠 될 것”
작년 룸메이트 이재성은 신인왕
최강희는 최우수 감독상 ‘전북 잔치’

 ‘대박이 아빠’ 이동국은 1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5 K리그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축구기자단 투표 109표 중 52표를 받아 수원의 염기훈(32·48표)을 단 네 표 차로 제쳤다. 이동국은 지난 2009년과 2011년, 지난해에 이어 K리그 최초로 MVP 통산 4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베스트 공격수와 팬 투표로 선정하는 ‘아디다스 팬타스틱 플레이어’ 수상자로도 뽑혀 3관왕에 올랐다.

 이동국의 축구 인생은 투쟁의 연속이었다. 20대에는 축구대표팀에서 부진을 비난하는 안티팬들과 싸웠다. 중요한 순간마다 발목을 잡는 부상과의 싸움도 처절했다. 지난 2009년 전북에 합류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이후에는 나이와 사투를 벌였다. ‘30대 중반에 접어들었으니 곧 기량이 쇠퇴할 것’이라는 세상의 편견에 맞서 꾸준히 공격포인트를 쌓아올렸다. 올해도 33경기에서 13골 5도움으로 변함 없는 활약을 펼치며 K리그 2연패를 이뤄냈다.

 K리그 통산 최다득점(412경기 180골) 기록은 자기 자신과 경쟁자들, 그리고 세상에 맞서 이동국이 쌓아올린 땀의 열매였다. 힘들 때마다 이동국은 아내 이수진씨와 5명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버텼다. 감독상을 받은 최강희(56) 전북 감독은 “MVP는 당연히 이동국이다. 아이가 5명이고, 국가에 충성을 다했다. 36세에도 전성기 못지 않은 활약을 해줬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최근 TV 예능프로그램에 딸 재시·재아·설아·수아·아들 시안이(태명 대박이)와 함께 출연해 ‘대박이 아빠’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동국은 “시즌 중반에 출연을 결정했다.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이겨내기 위해 더 열심히 했다”며 “수퍼맨처럼 늘 든든한 아빠로서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이동국은 아직도 청춘이고, 애가 5명이니 앞으로 5년은 더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23세 이하, 프로 3년차 이하 선수 중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영플레이어상은 이재성에게 돌아갔다. 109표 중 46표를 받아 황의조(23·성남·24표)와 권창훈(21·수원·29표)을 제쳤다.

 이재성의 롤모델은 이동국이다. 이재성은 프로 데뷔 시즌이던 지난해 원정경기마다 늘 이동국의 룸메이트를 자청했다. 그라운드에서뿐만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도 대선배 이동국의 태도를 배우고 싶어서였다. 이동국은 “재성이는 뭐든 알려주면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면서 “늘 잠들기 전에 일기를 쓰는 모습을 보며 초심을 잃지 않을 선수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시상식장을 찾은 울리 슈틸리케(61)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재성은 올 한해 대표팀 젊은 선수들 중에서 가장 큰 발전을 이룬 선수”라면서 “골 결정력과 패스 정확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칭찬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챔피언 전북이 K리그 시상식을 유니폼 색깔인 푸른빛으로 물들였다. 최강희 감독이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고, 베스트11에 공격수 이동국과 미드필더 이재성, 수비수 김기희(26), 골키퍼 권순태(31)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한 팀이 MVP-신인상-감독상을 싹쓸이 한 것은 1987년 대우 이후 28년 만이다.

  송지훈·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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