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회 반대에도 일본이 고래잡이 밀어붙이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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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남극해 고래잡이(포경)를 재개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일 포경 조사선들이 일제히 남극해를 향해 출발했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이날 오전 조사선 2척이 수산청 감시선과 함께 야마구치(山口)현 시모노세키(下關)항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히로시마(廣島)현 오노미치(尾道)항에선 조사 포경선단의 모선(母船)인 닛신마루(日新丸)호가 출항했다.

닛신마루호 등 4척의 조사선은 남극해에서 선단을 이뤄 이달 하순부터 내년 3월 상순까지 333마리의 밍크고래를 잡게 된다. 승무원 수는 총 160명에 이른다. 국제사법재판소(ICJ)가 포경 중단 명령을 내린 지 2년도 안 돼 고래잡이에 다시 나서는 것이다.

ICJ는 지난해 3월 일본에 대해 연구 명목의 포경 허가 프로그램인 ‘자프라 Ⅱ’에 의한 고래잡이를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일본의 고래잡이를 연구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포경 프로그램을 개선하기 전까지 포경 허가 발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일본은 당시 남극해에서 한해 850마리씩 고래를 잡았는데 대부분 식용으로 팔려나갔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조사 목적을 남극해 생태계 연구 등으로 압축하고 포획하는 밍크고래 수를 종전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계획을 국제포경위원회(IWC)에 제출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 반(反)포경 국가와 환경단체들이 계속 반발했지만 포경 재개를 밀어붙였다.

IWC 과학위원회는 지난 6월 일본의 포경 재개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찬반 양론을 함께 기술하는데 그쳤다. 그러자 일본 수산청은 지난달 27일 1년 전과 같은 내용의 계획서를 IWC에 다시 제출한 뒤 포경 재개를 전격 선언했다.

국제사회와 환경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호주 녹색당과 환경단체인 ‘시셰퍼드(Sea Shepherd)’는 일본의 포경 재개를 막기 위해 호주 정부에 순시선 파견을 요청했다. 뉴질랜드 해군에도 소형 구축함인 프리깃함을 파견, 일본 포경 선단에 맞서줄 것을 요구했다. 시셰퍼드는 호주에 정박 중인 자체 선박을 남극해에 보내 항의 활동도 벌일 예정이다.

그렉 헌트 호주 환경장관은 “이른바 ‘과학적인 조사’라는 명분으로 고래를 죽이는 것은 어떤 방법·형태·절차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뉴질랜드 정부도 내년 IWC 회의에서 일본의 계획이 충분히 검토되기 전까지는 포경을 재개해서는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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