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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 어떻게 '청소년관람불가' 핸디캡 극복했나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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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우민호 감독)'이 '청소년 관람불가' 핸디캡을 극복하고 고공행진 중이다.

'내부자들'은 개봉 10일째인 28일 오후 5시 300만 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돌파했다.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중 최단 기간 세운 기록이다. '타짜'(2006)와 '타짜: 신의 손'(2014)'이 각각 11일과 12일 만에 거둔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역대 공식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최고 흥행작인 '아저씨'의 300만 돌파 시점보다 무려 7일, 2015년 청불 영화 최고 흥행작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보다 8일이나 빠른 속도다.

'내부자들'은 '도리화가'·'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등 신작 공세에도 2주 연속 압도적인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고 있어 당분간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어떻게 핸디캡을 극복하고 11월 극장가를 장악하는데 성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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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인생 연기 펼쳤다
이병헌은 영화 '협녀, 칼의 기억(누적 관객수 43만 1310명)'의 굴욕을 말끔히 씻었다. '내부자들'에선 그간의 논란을 덮을 열연을 펼쳤다. 극 중 이병헌은 정치 깡패 안상구의 20년 세월을 연기했다. 촌스럽고 사람을 잘 믿는 천진난만한 안상구의 모습을 연기할 땐 코믹하다가도 한 순간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섬뜩한 깡패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병헌의 아이디어였던 모텔 화장실 유리 벽을 사이로 조승우(우장훈 검사)와 농담을 주고받는 장면과 "모히토에서 몰디브 한 잔 하자"며 잘 알지도 못 하면서 아는 척 허세 부리는 애드리브 장면은 코믹 그 자체.

자신을 배신한 백윤식(이강희 논설주간)의 집필실을 찾아가 어둠 속에서 백윤식을 노려보는 장면에선 엄청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데뷔 처음 선보이는 사투리 연기도 무난하게 소화를 했다. 이병헌은 "언젠가 사투리 연기를 할 기회가 주어지면 기가 막히게 잘해봐야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계속 부담스럽긴 했다. 이번에 감독님이 전라도 사투리를 하는 연극 배우를 소개시켜줘서 레슨을 받았다. 대본 리딩을 하면서 사투리 감을 잡아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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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연기 향연
조승우·백윤식·이경영의 연기도 흠 잡을데 없었다. 조승우는 족보가 없다는 이유로 늘 승진에서 누락되는 우장훈 검사를 연기했다. 비주얼부터 보여줄 게 많았던 이병헌과 달리 오직 연기로 승부를 걸어야했던 캐릭터. 원작 웹툰에는 없는 캐릭터라 스스로 연구할 부분도 많았다. 조승우는 이병헌을 이용해 진실을 밝혀내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성공까지 노리는 인물을 그려내며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백윤식과 이경영의 노련미가 느껴지는 연기와 과감한 엉덩이 노출 장면 등도 인상적이었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잔인한 조상무 역의 배우 조우진의 연기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김성균 만큼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하며 신흥 신스틸러로 단박에 주목받았다.

▶역시 윤태호 작가

윤태호 작가의 웹툰 원작이 이번에도 통했다. '이끼'와 '미생'에 이어 '내부자들'까지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벌써 세 번째 흥행에 성공했다. 윤태호 작가 특유의 디테일하면서 굵직한 이야기 구조에 우민호 감독의 영화적인 재미가 제대로 조화를 이뤘다는 반응. '내부자들'은 미완결 웹툰이지만 이미 기본적이 틀이 탄탄하게 완성된 상태. 결론과 우장훈 검사 캐릭터를 추가한 건 감독의 몫이었지만, 전체적인 배경과 대부분의 캐릭터는 윤태호의 펜 끝에서 완성됐다. 잘 짜여진 초중반 이야기는 관객들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언론과 정재계, 조직폭력배의 관계와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힘의 이동과 내부자들의 배신 등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픽션이지만, 마치 현실에서 일어난 일처럼 현실감있게 이야기로 풀어내 관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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