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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최계월 남방개발 창업주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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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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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외직접투자 1호 기업으로서 1970~80년대 해외 자원개발을 이끌었던 남방개발(현 법인명 코데코) 창업주 최계월(사진) 회장이 지난 27일 오후 3시 별세했다. 96세.

1970년대 해외 자원개발 선구자

 고인은 1919년 경상남도 창원군 동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으며 와세다대 법학부를 나왔다. 대학 시절 일본군 학도병에 징집됐다가 졸업 후 일본 무역상사 근무를 거쳐 63년 인도네시아에서 남방개발을 설립했다. 남부 칼리만탄주 원시림에서 원목을 확보하는 사업이었다. 68년 김종필 전 총리의 도움을 받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설득, 정부 전체 외화보유액 4300만 달러의 10%가 넘는 450만 달러를 빌리는 데 성공했다. 해외직접투자 1호 자금이었다.

  이후 그는 ‘칼리만탄의 왕’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사세를 확장했다.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외국 유전개발사업에 뛰어들어 81년 인도네시아 자바 동부의 마두라 유전지역에서 광맥을 발견했다. 마두라 유전에는 정부 석유사업기금을 포함한 1억7000만 달러가 투자됐다. 그러나 85년 첫해에 하루 1만 5000배럴에 이르렀던 생산량이 1년 만에 700배럴 정도로 급감하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특혜 의혹 속에 80년대 말 5공 비리 청문회에 불려갔고 정치자금 수수설로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고인은 그럼에도 불굴의 재기 의지를 보였다. 94년에는 서마두라 가스전을 준공해 하루 4000만 입방피트의 천연가스(LNG)를 생산했다. 95년에는 당시 하지 무하마드 수하르토 대통령으로부터 인도네시아 독립 50주년 기념 경제발전 특별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97년에는 아시아를 강타한 외환위기로 사세가 기울어 직원 임금을 체납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에 체류해온 것으로 전해진 최 회장의 빈소는 도쿄도(東京都) 주오(中央)구의 절 쓰키지 혼간지(築地 本願寺)에 차려졌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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