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불평등 '후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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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직장과 지역 건강보험 재정이 예정대로 7월 통합될 전망이다.

이 경우 지난 30년간 직장과 지역 건보의 통합.분리 논쟁이 종지부를 찍게 된다.

보건복지부 이상석 연금보험국장은 "7월에 통합이 완료되면 통합을 둘러싸고 불필요한 논쟁을 하지 않아도 돼 건강보험 제도 발전에 주력할 수 있게 된다"면서 "보험 체계가 하나로 되기 때문에 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유예 법안을 다음 국회 때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또 건보공단 직장노조와 한국노총이 법안 미처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듯하다. 건보공단 직장노조 성광 위원장은 "재정통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7월부터 보험료 납부 거부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통합 논쟁은 1980년대 초에 시작됐다. 당시 과장 신분으로 통합을 주장하던 차흥봉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위해제되기도 했다. 89년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통합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90년대 들어서도 논쟁은 끊이지 않다가 98년 2월 노사정위원회에서 통합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그후 3년여 만에 직장과 지역 건보의 돈주머니를 합치게 됨으로써 끝이 난 것이다.

오는 7월 재정이 통합돼도 건보 가입자에게 보험료나 보험 적용 범위 등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지역 건보에 대한 국고보조금 산출 등을 위해 2007년까지는 양쪽의 돈 계산은 지금처럼 따로 해야 한다. 이는 편의상 별도 계산일 뿐이지 재정 분리운영과는 차원이 다르다.

논란 끝에 통합한 만큼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단일 보험료 부과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돈을 내는 기준이 다른데 어떻게 같이 쓸 수 있느냐는 지적에도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단일 보험료 부과체계 마련을 전제조건으로 통합 논의가 시작됐으나 복지부는 올 들어 '공평한 보험료 체계'로 용어를 바꿨다.

자영자 소득 자료 파악률이 34%에 불과한 것도 개선해야 할 문제다. 이들이 실제로 얼마나 벌어들이고 얼마나 보험료를 내야 하는지마저 제대로 파악이 안돼 있으므로 갈 길이 먼 셈이다.

그동안 건강보험 재정 통합 반대론자들이 주장해 왔던 '재정 운용의 비효율성'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연세대 보건과학대 이규식 학장은 "의료보험 조합간 경쟁을 유도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거꾸로 건보공단이라는 거대 조직으로 합한 만큼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뿌리깊은 직장.지역 노조원들의 갈등을 해소하는 일도 시급하다.

한편 건강보험은 2000년 7월 1백39개의 직장건보조합과 의료보험관리공단을 합해 현재의 건보공단을 만들었다. 부과체계.소득자료 파악률 등의 문제 때문에 재정 통합이 2002년 1월에서 올 7월로 미뤄졌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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