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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보다 연기 중심 뮤지컬, 1000만 배우 황정민의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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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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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남산창작센터에서 뮤지컬 ‘오케피’ 연습을 하는 배우 황정민. 극의 중심축인 오케스트라 지휘자 역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 샘컴퍼니]

영화 ‘국제시장’ ‘베테랑’으로 연이어 천만배우 자리에 오른 황정민(45)이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다. 다음달 18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첫선을 보이는 뮤지컬 ‘오케피’에서 연출과 주연을 맡았다. 2012년 ‘어쌔신’ 이후 두 번째 도전하는 뮤지컬 연출이다.

연출하며 주연 맡은 ‘오케피’
일본 코미디 작가 미타니 원작
40억 쏟은 제작사 대표는 아내

 그는 한사코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연습할 시간을 빼서 인터뷰를 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오전엔 배우로서 개인 연습을 하고,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연출자로서 연기 지도를 한다”고 했다. 그는 뮤지컬 연습을 이유로 지난 20일 대종상 시상식에도 불참했다. 결국 25일 서울 예장동 남산창작센터 연습실 공개 행사에 가서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오케피’는 일본의 코미디 작가 미타니 코키의 유일한 뮤지컬 작품이다. 무대 아래 공간인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중심으로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애환을 유쾌하고 가슴 찡하게 풀어낸다. 2000년 일본에서 초연됐다. 황정민은 2008년 미타니 코키의 대표작인 연극 ‘웃음의 대학’ 한국 초연에 출연하면서 작가를 처음 만났다.

 “작가가 선물로 준 ‘오케피’ 공연 실황 DVD를 보고 ‘꼭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 중심의 연극적인 뮤지컬이란 점에 마음이 끌렸죠. 화려한 쇼 같은 뮤지컬이 대세가 돼버린 한국 뮤지컬계에 ‘이런 뮤지컬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요.”

 본격적인 ‘오케피’ 준비는 5년 전부터 시작됐다. 라이선스 계약까지 3년이 걸렸다. 인터미션 포함 3시간30분인 원작 공연 시간을 2시간50분으로 줄이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 계약서에 ‘최고의 극장에서 공연해야 한다’는 조항을 집어넣은 작가의 뜻에 따라 극장은 LG아트센터를 고집했다. “실제 극장 크기는 큰데 마치 소극장처럼 무대와 객석이 가깝게 느껴진다”는 이유에서다. 대관 심사에서 한차례 탈락하기도 했지만 끝내 뜻을 이뤘다.

 그는 “노래보다 연기가 뮤지컬에서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기는 대충한 뒤 노래 한 곡 뽑아 올리고 박수받는” 요즘 뮤지컬에 불만이 많고, “아이돌 가수 공연 같은 분위기”도 질색이다. 그래서 그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초점을 맞춰 캐스팅했다. “공연을 보러 다니며 각 역할에 제일 잘 맞는 배우를 퍼즐 맞추듯 조합했다”고 했다. 송영창·오만석·서범석·윤공주·박혜나·최우리·정상훈·김재범 등이 ‘오케피’의 13개 배역을 나눠 맡는다. 그는 “다른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솔로만 했던 배우들이라 합창이 잘 안 된다”며 웃었다.

 ‘오케피’ 제작사인 샘컴퍼니는 그의 아내인 배우 출신 김미혜 대표가 2010년 세운 회사다. 총제작비는 40억원 정도 들었다. 긴 준비기간, 대규모 투자. 그의 어깨가 무거울 법도 한지만 그는 “(흥행은) 걱정 안 된다”고 했다. “작품이 좋으면 관객들이 알아봐 준다”면서 “‘오케피’는 삶이 있고 화해가 있는 휴먼드라마”라고 자신 있어 했다. 공연은 내년 2월 28일까지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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