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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의 반값 등록금 … 산학협력 수익으로 학교재정 늘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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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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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은 “반값 등록금 도입 이후 재능기부, 봉사 프로그램이 늘어났다”며 “서울시민에게 교육 혜택을 돌려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조문규 기자]

서울시립대 인문계열 학부생의 1년 등록금(204만원)은 웬만한 4년제 사립대의 4분의 1이다. 정부가 반값 등록금을 시행한 이후 대학은 교육에 투자할 여력을 잃어 교육의 질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데 이 대학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원윤희(58) 총장은 “아무리 등록금이 싸더라도 대학이 교육 투자를 외면하면 학생들이 대학을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원 총장을 만나 반값 등록금 이후 대학이 나아갈 길을 물어봤다.

서울시립대 원윤희 총장

도시과학이 강점, 대학평가 첫 톱10에

 - 값싼 등록금으로 대학이 잘 굴러갈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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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립대 한 해 예산이 대략 1200억원인데 이 가운데 800억원은 서울시가 지원한다. 2012년부터 반값 등록금을 전국 대학 중 가장 먼저 시행했다. 이를 위해 183억원이 들었다. 이 돈은 서울시가 그대로 지원하니 학생이 반의 반값 등록금을 내도 학교 입장에선 재정상 큰 변화는 없다.”

 - 서울시의 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건가.

 “그렇긴 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까지 산학협력 수익이 누적으로 700억~800억원 규모인데 앞으로는 산학협력을 더욱 활성화해 재정을 충당하려 한다.”

 - 등록금이 싸다는 소문이 전국적으로 난 이후로 우수 학생들이 몰려왔나.

 “홍보 효과가 있었던 건 분명하다. 하지만 반값 등록금 정책 시행 이전에도 서울시립대 하면 등록금이 싸서 ‘연세대·고려대 갈 우수한 학생이 집안 환경 때문에 오는 학교’란 인식이 있었다. 학생의 질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

 - 그래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올해 10위를 했다.

 “10위는 처음이다. 국·공립대 중에선 서울대 다음이다. 대부분 국립대가 주춤한 상황에서도 서울시립대는 2013년 19위, 지난해 14위를 기록해 3년간 꾸준히 상승했다.”

 - 비결은 뭔가.

 “우리는 도시과학 분야에 강점이 있다. 대도시 문제를 연구하고 해결하는 학문 분야를 말한다. 1997년부터 서울시가 운영하는 대학으로서 대도시 문제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졌다. 도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도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20년간 특성화했다.”

 - 인문대학에서도 도시 문제를 다루나.

 “예를 들면 인문대학 내 도시인문학연구소는 대도시의 문화와 문화정책을 연구한다. 정경대학 내 세무학과는 대도시 세무행정의 특성을 주로 다룬다. 도시사회학과에선 학생들이 참여해 도시영화제를 연다. 각 학문 분야가 도시라는 이슈를 연계한다.”

시민에게 혜택 주려 ‘열린 대학’ 활성화

 -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학인데 학부생 중 서울 출신은 얼마나 되나.

 “학부생 출신을 따져 보면 한국 지역별 인구 비율과 부합한다. 서울 출신이 25%이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52% 정도 된다.”

 - 시민 세금이 지방 출신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비판도 있다.

 “대학에서 좋은 교육을 받은 편익이 서울시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가 전체에 돌아가야 한다고 본다. 게다가 대학 교육에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분명 있다. 예산이 많이 드니 서울에서만 하고 있을 뿐이다. 국가 전체 관점에서 지자체가 대학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 그래도 서울시민에게서 혜택을 받고 있는 거 아닌가.

 “시민에게서 받은 혜택을 돌려드리기 위해 2012년 사회공헌팀을 신설했다. 2015년 입학생부터 졸업을 하려면 반드시 30시간 동안 사회봉사를 해야 한다. 학내에선 봉사·동아리 활동이 활성화돼 있다. 이 밖에 서울학연구소가 시민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주 2회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학교 시설물뿐 아니라 인문학 강의 같은 교육 콘텐트도 열어 놓아 시민들을 위한 ‘열린 대학’으로 만들겠다.”

 - 시립대는 입시에서 인성평가를 도입했다.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기 위해 올해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없애고 2014학년도부터 대학 최초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인성공통면접 문항을 통해 지원자의 인성도 살펴보고 있다.”

 - 인성평가가 쉽지는 않을 텐데.

 “사실 인성이 포함된 사회적 역량을 보고 평가하는 게 쉽지 않다. 비용이나 시간도 많이 든다. 그래도 성적만 가지고 뽑는다는 건 위험하다. 사회적 역량 평가를 통해 남을 배려하고 적극적인 학생들을 뽑을 수 있었다.”

국사학과+지리시스템 … 융합학부 신설

 - 앞으로 어떤 교육을 하고 싶나.

 “문·이과 간 융합교육을 제대로 하고 싶다. 많은 대학이 융합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아직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학과를 통폐합한다는 이유로 학내 분란도 벌어진다.”

 -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기존의 35개 학부와 정원을 조정해 정원 18명의 새로운 전공학부인 ‘융합전공학부’를 신설하려고 한다. 여기에 원래 있던 정원 39명의 자유전공학부와 묶어 자유융합대학(정원 57명)을 둔다.”

 - 자유융합대학을 다른 대학의 융합 사례와 비교하면.

 “각 학과에 ‘학생들을 위한 융합전공이 뭔지, 몇 명 정도를 그렇게 배우게 할 건지 정해 달라’고 했다. 학과가 오직 학생들을 위해 아이디어를 스스로 내게 한 것이다. 그 방향이 아니라고 한다면 또 다른 방향을 모색해 볼 수 있게 했다.”

 - 각 학과의 의사를 반영하려 한 것 같다.

 “예를 들면 국사학과에서 26명 정원 중 2명을 융합전공으로 가르치겠다고 했다. 이 학생들은 역사와 함께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함께 배운다. 유적지 발굴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도시공학을 부동산 개발과 연계하는 것도 자유융합대학에서 가능하다.”

 - 융합전공을 하다 보면 결국은 이도 저도 아닌 지식만 쌓게 되지 않나.

 “학과 교수들이 사회 수요에 맞춰 융합전공을 설계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한다. 문과 학생이 이과 전공을 융합할 때 꼭 필요한 수학·컴퓨터 등 기초 과목들을 배우게 해야 성공적인 융합이 가능하다.”

만난 사람=강홍준 사회1부장
정리=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원윤희 총장=2011년 강의 최우수 교수로 선정된 세무학과 교수다. 서울시의회에서 답변을 잘하는 교수로 유명하다. 대학 행정 전반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덕분이다. 올해 3월 대학 총장이 되기 전부터 주요 보직을 거쳤고 2008년부터 3년간 한국조세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전북 고창 출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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