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감사의 마음, 나눔의 기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기사 이미지

‘아’ 하고 탄성이 나오네요. 벌써 2015년의 막바지라니요! 올 한 해는 사전 제작 드라마인 ‘사임당, the Herstory’(이하 ‘사임당’) 준비로 정말 바빴습니다. 10년 만의 컴백이었고, 이번에는 배역만 받은 게 아니라 작품을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이었기에 일 년을 꼬박 이 작품에 바친 것 같습니다. 아내와 엄마 역할에 커리어까지 병행하는 세상의 모든 여성이 대단하다고 다시 한 번 느낀 일 년이기도 했습니다.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오랜만에 작품을 하니 사뭇 새로워요. 결혼하고 아이 낳고 키우면서 제 자신의 마음이 커진 느낌이 듭니다. 연기하는 게 좀 더 편하고, 느끼는 감정의 폭도 넓어진 듯하고요. 아내와 엄마로서 사랑하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배우라는 직업을 잠시 내려놓았지만, 실제 삶을 통해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운 것 같습니다. 이런 시간적 단절이 일반 직업인에게는 커리어를 쌓는 데 부정적일 수 있지만, 배우에게는 오히려 연기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사임당’을 시작하면서 인터뷰를 통해 지폐에 박제된 전형을 풀고, 사임당이라는 한 여자의 이야기에 좀 더 접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아내이자 엄마였지만, 그녀도 여자였으니까요. 조선 시대 여자였지만, 분명 여자들의 삶에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부분이 있어요. 저 역시 아내이자 엄마이자 또 여성으로서 신사임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넓어졌을 거라고 자부합니다. 요즘에는 드라마에 몰입해서 그런지 일상에서도 ‘그녀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얼마 전에는 드라마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위해 보름 간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현지의 날씨도 좋았고, 모든 상황이 잘 받쳐줘 촬영을 순조롭게 하고 왔습니다. 드라마가 잘될 것 같아 기분이 좋았죠.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가족이 인천공항으로 마중을 나왔어요. 누구에게나 그렇듯 가족은 늘 힘이 되잖아요. 멀리서 아들이 저를 보고 ‘엄마!’ 하며 달려오는 순간, 코끝이 찡해지더라고요. 아이들은 하루하루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이잖아요. 보름 사이에도 많이 컸더라고요. 그런데 그다음에 아주 우렁찬 소리로 ‘선물은?’ 하고 물어서 웃음이 터져 나왔죠. 그런데 진짜 감동은 그 뒤에 이어졌어요. 꽉 쥔 손을 내밀며 주먹을 펴보라고 했는데 안에 아주 작은 핀이 있더라고요. 마트에 갔다가 엄마 생각이 나서 샀대요. 출장 갔을 때 전화로 ‘엄마, 뽀로로 선물 사오세요’ 하기에 ‘뽀로로가 여기 어디 있어?’라는 대화를 나눴는데, 아이가 그사이에 저를 생각하며 핀을 사놨답니다. 엄마가 보고 싶고 그리운 마음에 준비한 선물…, 고사리 손으로 건네받고 고마운 마음에 꼭 포옹해 주었습니다. 이제 곧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연말이잖아요. 이맘때면 고마웠던 분들의 얼굴이 떠오르는데, 아이의 작은 선물을 보고 사랑의 마음이 담긴 선물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 봤습니다.

선물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 일이 또 하나 있었어요. 부모님이 친정에 남아 있던 제 물건 몇 개를 갖고 오셨는데, 그중에 빨간색 스웨터가 들어 있었죠. 엄마가 직접 손뜨개로 만들어주신 스웨터로, 중학교 때 많이 입고 다녔는데 그게 아직도 남아 있었나 봐요. 그 스웨터를 보는데 마음이 그렇게 따뜻해지더라고요. 엄마의 정이 묻어 있는 선물에 세월까지 더해졌잖아요. 잘 보관해 뒀다가 우리 딸이 크면 입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연애할 때 제가 목도리를 떠서 아이 아빠에게 선물한 적이 있는데, 그땐 참 서툴렀죠. 집 근처에 뜨개질 가게가 있는데, 거기에서 제대로 배워 가족에게 제 정성이 담긴 선물을 하고 싶어요. 엄마가 제게 하셨던 것처럼요.

곧 크리스마스입니다. 설마 크리스마스엔 촬영하지 않겠죠? 사전 제작 드라마라 해도 시간이 그렇게 여유롭지 않아 내심 ‘어쩌면…’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가끔 촬영장에 와서 격려를 해주는데, 만약 크리스마스에도 촬영이 있다면 그렇게 보내야 할 것 같아요.

올겨울도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고,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큰 선물 주머니를 만들어놓았습니다. 함박눈이 소복이 쌓이는 날이면 애들과 아빠, 그리고 저는 매우 바쁠 겁니다. 가족을 닮은 눈사람 만들랴, 어렸을 때 우리가 놀았던 것처럼 마당 한쪽 언덕에서 눈썰매 타랴…. 이 모든 것이 매년 겨울이 되면 기대가 되는 시간들이고, 우리 가족만의 소중한 추억들입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 사랑을 나누며 놀아주는 것,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감사한 선물이 될 것입니다.

사랑이 없는 선물은 아무리 비싼 물건이라도 공허합니다. 저도 어렸을 때에는 갖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차라리 이것저것 다 만들어낼 수 있는 요술 방망이를 달라고 산타 할아버지한테 기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마음을 더 따뜻하게 해주는 선물이란 모든 걸 다 만들어주는 요술 방망이보다는 제가 공항에서 받은 진심과 사랑이 담긴 우리 아이의 조그마한 머리핀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들의 순수한 사랑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죠.

저희 가족이 살고 있는 문호리는 강변 마을이라 겨울이 되면 서울에 비해 눈이 많이 내리고 추위가 더한 편입니다. 하지만 추위를 녹여주는 따뜻한 사랑과 함께 저희 가족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곳 문호리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겁니다. 아무쪼록 올 연말에는 마음의 온기를 나누는 따뜻한 겨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이영애

“고사리 손으로 꼭 쥔 작은 머리핀. 마트에 갔다가
엄마 생각이 나서 샀대요. 출장 갔을 때 전화로
‘엄마, 뽀로로 선물 사오세요’ 하기에 ‘뽀로로가 여기
어디 있어?’라는 대화를 나눴는데, 아이가 그사이에
저를 생각하며 핀을 사놨답니다. 엄마가 보고 싶고
그리운 마음에 준비한 선물…, 고마운 마음에
꼭 포옹해 주었습니다. 이제 곧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연말이잖아요. 이맘때면 고마웠던 분들의
얼굴이 떠오르는데, 아이의 작은 선물을 보고
사랑이 담긴 선물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 봤습니다.”

배우 이영애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특별 대사 위촉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배우 이영애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특별 대사로 위촉됐다. 유네스코는 UN의 교육부 역할을 하며 저개발국 교육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이다. 민동성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평소 여러 선행에 앞장서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 이영애는 유네스코가 지향하는 바를 함께하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를 표명했다. 이영애는 그동안 중국 저장성과 항주의 학교에 기부금 전달, 미얀마 빈곤층을 위한 학교 건립 기금 기부, 지뢰 폭파 피해 하사관에 대한 성금 지원 등 꾸준히 기부 활동을 펼쳐왔다. 특별 대사로서의 첫 활동으로 아프리카 아이들의 교육 지원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CF에 재능 기부 형태로 출연했으며, 광고를 통해 모금되는 후원금은 저개발국 교육 지원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제이룩=허서희 기자 seoh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