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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활황, 저금리, 문턱 낮은 대출 ‘트리플 호재’ 가계 빚 1200조 넘을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40대 회사원 박모씨는 최근 전세 만기를 앞두고 은행을 찾았다. 전세 연장과 주택 매입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2%대 후반의 5년 고정금리로 1억4000만원을 빌려 사는 곳 인근에 5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했다. 박씨는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커 지금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3분기 34조5000억 늘어 역대 최고
“정부, 승인 물량 조정 등 대책 필요”

 최근 부동산 경기 호조와 저금리에 힘입어 박씨처럼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전세에서 매입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여기엔 내년부터 도입되는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가 도화선이 됐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재산이 있어도 원리금 상환 능력이 없으면 대출을 제한하고, 대출 초기부터 원리금을 함께 갚아 나가도록 하는 내용의 ‘7·22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분양 시장 활황과 저금리, 느슨한 대출 규제라는 ‘트리플 호재’가 맞물린 결과”라며 “여기에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이 강화됨에 따라 향후 주택 구입의 선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내년에 집을 살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건이 까다로워지기 전에 대출을 받자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 빚 증가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한은이 24일 발표한 3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치) 잔액은 1166조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34조5000억원 증가했다. 잔액 기준으로는 물론 분기별 증가폭으로도 역대 최고치다. 월평균 10조원 넘는 고공행진으로, 이 추세라면 연말까지 가계 부채가 1200조원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4분기 조짐이 심상치 않다. 한은에 따르면 10월 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624조8000억원이다. 한 달 새 9조원이 늘어난 수치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이 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9월 한 달간 7조원이 늘면서 465조1000억원에 달했다. 분위기가 과열되자 금감원은 이달 초부터 시중은행의 아파트 집단 대출을 점검하고 나섰다. 개인 주택담보대출보다 문턱이 낮은 집단대출이 분양시장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집단대출은 신규 분양 아파트의 입주 예정자가 단체로 은행에서 받는 대출로, 입주 예정자의 신용도가 낮더라도 분양가의 70%까지 대출해 준다. 실제 9월 말 현재 집단대출 잔액은 104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1000억원 늘었다.

 제2금융권에서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상호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올 3분기 6조3244억원 증가한 239조원에 달했다. 제2금융권은 은행보다 대출 금리가 높고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이 많이 이용해 금리가 올라가면 부실화할 위험성이 더 크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나 국내 부동산 공급 과잉 등 대내외 여건의 변화로 2~3년 내 자산가격이 불안정해지면 주택담보대출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토지 매입이나 건설 승인 단계부터 물량을 조정해 대출 수요를 조절해 나가는 등 가계부채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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