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명 “인간적인 사과와 법률적 사과는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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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명(사진) 경찰청장이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백남기(68)씨에게 “인간적인 부분에서는 제가 충분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쾌유를 빈다는 사과를 했다”고 23일 말했다. 강 청장은 이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 의원이 “경찰의 살인적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민간인의 생명이 위태롭다. 사과할 용의가 없냐”고 묻자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인간적인 부분에 국한한 ‘조건부’ 사과 였던 탓에 그와 야당 의원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의식불명 백남기씨 쾌유 빌지만
위법 드러나면 책임지는 것 당연”

 ▶강 청장=“결과가 중한 것만 가지고 무엇이 잘못됐다, 잘됐다고 말하는 것은 이성적이지 못하다.”

 ▶유 의원=“백씨는 지금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위험한 상태에 빠져 있다. 이 부분을 사과 않겠다니….”

▶강 청장=“인간적인 사과와 법률적인 사과는 차원이 다르다. 명확한 사실관계와 법률 적용 문제가 결정이 나면 그에 상응하는 사과나 책임까지도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새정치연합 문희상 의원은 “경찰 입장에서 과격시위에 대해 엄정한 중립으로 대하듯이 과잉진압에 대해서도 조사 결과 잘못했으면 사과하고 법률적 책임이 있으면 응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강 청장은 현안보고를 통해 “시위 현장에서 쇠파이프·각목 등 불법 시위용품 110개를 압수했고 횃불 130개도 동원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위대가 전국에서 광범위하게 오는데 검문검색에 불응해도 강제로 차량을 수색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흉기 회수가 어렵다. 법령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시위대를 막기 위해 세운 차벽에 대해서도 “집회 당시 차벽을 설치하기 전 두 곳에 폴리스라인(질서유지선)을 쳤지만 시위대가 발로 무너뜨리고 올라왔기 때문에 폭행을 예방하기 위해 (행정상) 즉시 강제의 조치로 차벽을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질서유지선은 허용하지만 차벽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법원은 “별도로 통행로를 만들어 일반 시민의 통행을 보장한다면 차벽 설치는 적법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새정치연합 진선미 의원 등은 “차량·컨테이너 등 사람의 통행을 원천적으로 막는 장비는 질서유지선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새누리당의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집회에서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24일 발의할 예정이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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