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단체, 국회의원들에 밥그릇 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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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은 우리가 챙겨 줄 테니,밥그릇 싸움은 이제 그만하고 정치개혁과 민생을 살펴 달라-"

광주전남개혁연대는 25일 소포로 국회의원 2백72명 모두에게 밥그릇 하나씩을 보냈다.

국회의원들이 기득권 지키기와 당권 싸움,정쟁에 빠져 있어 정치개혁안과 민생법안,추가경정 예산안이 처리되고 있지 않은 데 대한 항의의 표시에서다.

국회의원들에게는 각성을 촉구하는 편지<아래>도 함께 전달됐다.

광주전남개혁연대는 또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 등 3개 정당에는 "상생의 통 큰 정치를 하라"는 뜻에서 큰 밥그릇 하나씩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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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께

6월 임시국회가 끝나갑니다. 사회 각 분야는 개혁을 요구하고 있으며, 경제는 암흑에서 헤어나올 줄 모릅니다. 여당은 여당대로 신당 문제로 당권 다툼에 빠져 있고, 야당은 야당대로 총재 경선으로 새 지도부 구성하는 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역분할 구도타파를 위한 소선거구 권역별 정당명부제, 신인 정치인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정치자금법.선거법의 개정, 상향식 공천을 제도화하여 공정한 경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의원 지구당 위원장 사퇴와 국민공천제 등의 정치개혁 안들은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 때문에 당내에서 이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는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국회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아무런 결과를 내놓고 있지 못하며, 이미 법적으로 선거구 확정을 해야 할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이해관계에 집착한 나머지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제를 회생시킬 경기 부양책으로 추가 경정예산안을 4조1천7백75억원을 상정해 놓았지만, 여야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다툼으로 처리를 못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허가에 관한 법률과 철도 구조조정관련 법안,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안 및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안 등 시일을 다투는 민생 의안 등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는 바람에 경제는 혼란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더욱이 특검 문제로 인한 여야의 충돌은 사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처럼 밥그릇 싸움과 밥그릇 지키기에 빠져 있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이제 지쳐버렸습니다. 그러나,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국회의원들 272명 전원에게 똑같이 밥그릇을 보내드립니다. 한 사람당 한개씩 모두 공평하게 이름을 써서 드리겠습니다. 각 정당 앞으로는 정책으로 경쟁하는 상생의 통큰 정치를 펼치라고 특별히 큰 밥그릇을 따로 보내드립니다.

밥그릇은 저희가 챙겨드리겠으니, 제발 이제는 밥그릇 싸움하지 말고, 여야와 각 의원들이 사이좋게 정치개혁안과 민생정책을 살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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