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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칸 한옥에 담았다, 안동 종가의 손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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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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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김화자씨가 안동의 전통음식인 ‘건진국수’를 만들기 위해 얇게 편 밀가루 반죽을 칼로 자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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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국수, 명태 보푸라기, 발효 중인 가양주(위로부터). [프리랜서 공정식]

조선시대 안동 종가의 밥상은 어땠을까. 옛 조리서인 『수운잡방』 『음식디미방』 『온주법』 등에 있는 양반들의 음식은 어떤 맛일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종가음식체험관이 4년의 준비 끝에 20일 문을 연다. 비밀스럽게 전해지는 안동 종가의 음식을 소개하고 만들어볼 수 있는 곳이다.

종가음식체험관 오늘 문 열어
『수운잡방』 등 양반 음식 재현
명태 보푸라기, 산양우유 타락죽
50가지 요리 직접 만들고 시식

 종가음식체험관은 안동시 정상동 삼정마을에 있다. 100년 이상 된 소나무로 지어진 120칸짜리 한옥이다. 창경궁 복원에 참여한 최경우(53) 대목장이 지었다.

 지난 17일 체험관 본채에 들어서자 최갑란(69)씨 등 10여 명이 홍두깨로 밀가루 반죽을 밀고 있었다. 개관하는 날 손님들에게 보여줄 ‘안동건진국수’ 재료를 미리 준비한다고 했다. 면을 삶아 찬물에 헹궈 바구니에 건져놨다가 국물에 다시 말아 낸다고 해 ‘건진국수’로 불린다. 안반(案盤·나무 받침대)에 밀가루를 놓고 수십 차례 밀기를 반복해야 안반이 비칠 정도로 반죽이 얇게 펴진다. 최씨는 “힘들지만 종가 며느리들의 조리법 그대로 손으로 밀어야 제 맛이 난다” 고 말했다.

 최씨 옆에선 이정숙(68)씨가 방망이로 명태를 두드렸다. 100차례 이상 명태를 때린 뒤 놋숟가락으로 살만 살살 긁어낸다. 그러곤 살을 다시 실처럼 얇게 찢은 뒤 동그랗게 만들어 간장이나 소금으로 양념을 했다. 안동 종가 밥상에 빠지지 않는 ‘명태 보푸라기’다. 이순자(60) 체험관장은 “산양의 우유로 만든 타락죽 등 50여 가지 종가 음식을 모두 이곳에서 만들어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체험관 본채는 음식을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실과 음식을 시식할 수 있는 시연실, 각종 음식을 전시한 전시실 등으로 꾸며졌다. 별채는 전문 요리사가 해주는 양반 밥상을 코스별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권용숙 홍보팀장은 “지난 5월부터 시범운영을 해왔다”며 “대기업 임직원 등 1000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체험관 이용료는 일반 식당보다 비싼 편이다. 음식을 만들고 시식하는 비용은 일정에 따라 1인당 1만5000원에서 최대 15만원이다. 전시실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별채에서 식사를 하려면 차림에 따라 1인당 최고 7만원을 내야 한다.

 ◆양반 음식 상업화의 첫발=체험관 입구에는 ‘예미정’이란 또 다른 이름이 붙어 있다. 체험관의 민간사업자로 이곳에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등 운영을 맡고 있다. 안동 종가 음식을 메뉴로 개발해 일반에 선보이는 식품 유통·가공회사로 안동의 전통식품인 ㈜안동간고등어의 자회사이기도 하다. 48가지 종가 음식을 백화점에 납품하기 위해 잉어곰탕을 포장식품으로 만드는 등 종가 음식의 대중화에 힘을 쏟고 있다.

 조일호(48) 예미정 대표는 “상업화에 빠져 종가 음식의 품격을 잃지 않도록 안동 권씨 대곡 문중 후손들이 예미정의 메뉴가 전통 방식에 맞는지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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