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비 위주 防衛' 수정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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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방위청 장관은 23일 오로지 방어에만 전념한다는 이른바 '전수(專守) 방위'원칙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날 여야 의원 1백3명으로 구성된 '신세기 안전보장체제를 확립하는 젊은 의원 모임'이 "일본에 대한 공격이 임박한 경우 적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채택한 데 대해 "(전수방위 원칙이) 진정 일본의 평화와 독립을 지킬 수 있는지에 관한 검증 없이는 안전 보장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어를 위해 선제 공격의 길을 열어둬야 한다는 젊은 의원들의 주장에 사실상 맞장구를 친 것이다.

일본은 패전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만들어진 '평화헌법'에 따라 공격을 포기한 채 방어에만 주력한다는 원칙을 견지해 왔다. 이는 사정거리가 긴 무기 도입을 금지하고, 타국에 대한 직접 공격이 불가능한 주요 근거가 돼 왔다.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전수방위 원칙이 무너질 경우 핵무기는 보유하지도, 생산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역시 북한 핵 위협을 앞세운 핵 무장론자들의 주장에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4일 "이라크 재건을 위한 후방 지원에 파견될 육상 자위대의 보급기지 보호를 위해 중기관총을 탑재한 장갑차가 동원될 것"이라며 "또 자살공격 차량의 돌진 가능성에 대비해 대전차포도 현지에 반입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자위대가 중화기로 무장할 경우 자위대원의 방어가 바로 교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평화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1992년 캄보디아 선거감시 요원 보호를 위해 자위대를 해외에 처음으로 파견했으며, 당시 자위대의 휴대무기는 문민 경찰관 수준의 권총.소총으로 제한됐다.

지난해 동티모르 파견 당시도 기관총 정도였다.

또 산케이(産經)신문은 24일 "방위청이 이라크의 비전투지역에 파견될 1천명가량의 육.해.공 자위대를 통합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3개 자위대의 통합운용은 유엔평화유지활동(PKO)과 관련한 해외 파견 자위대 활동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이라크에 자위대를 파견하는 법안은 24일부터 중의원 심의에 들어갔으며 자민당 등 여당은 다음달 중순까지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파병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으며 전투지역과 비전투지역의 구분이 어렵다"는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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