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항상 자리 다툼이 치열하다. 우리나라에 등록돼 있는 대부분의 언론사가 국회를 출입하기 때문에 기자들은 무슨 일이 있을때마다 자리다툼을 하게 된다. 기자들 뿐만 아니라 취재원들도 자리다툼이 치열하기는 마찬가지다.
프랑스 파리 테러이후 대 테러 방지법안을 입안하기 위한 당정협의가 18일 국회 귀빈 식당에서 열렸다. 한 쪽은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정훈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자리하고, 반대쪽에는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을 비롯한 데테러 관련 부처의 차관들이 앉게 돼 있다. 자리 배치가 이렇다 보니 당정이 한 앵글에 나오기가 힘들다. 그래서 마련된 것이 포토세션이다. 국무위원들이 의원들이 있는 쪽으로 가서 일렬로 선 뒤, 잠시 환담을 나누거나 악수를 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이날 열린 대테러 당정에서도 포토세션이 열렸다. 원 원내대표가 정부측 인사들을 오라고 하자 추 국무조정실장과 정재근 행정자치부 차관, 임성남 외교부 1차관, 김주현 법무부차관이 원 원내대표쪽으로 갔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추 국무조정실장은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사이에 자리를 잡았으나 나머지 차관들은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의원들 때문에 서야 할 자리가 없어 쭈빗거리다 의원들 뒷쪽에 서서 포즈를 취해야 했다.
이런 일은 이날 열린 한중 FTA 여야정협의체 1차 전체회의에서도 나왔다. 이 회의에는 여야 정책위의장과 나경원 외교위원장, 해당 위원회 여야 간사, 그리고 해당부처 장관들이 참석하게 돼 있었다. 그러나 윤상직 산업통상부와 이동필 농림부, 김영석 해양수산부 만이 장관이 참석했고,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 외교부장관, 환경부장관은 참석하지 못하고 차관들이 대신 참석했다. 당연히 포토세션은 여야 정책위의장과 장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했다. 그런데 자리를 잡은 뒤 살펴보니, 이 농림부장관이 차관들보다 옆에 오른쪽 끝 자리에 있었다. 잘 나서지 않으려는 장관 개인 성향도 있겠지만 은근한 자리싸움에 밀린 결과 일 수도 있다. 결국 이 장관은 사진기자들의 요청으로 자리를 가운데로 옮겼다.
의원들이 이처럼 조금이라도 가운데 자리에 서려고 하는 이유는 밖으로 밀릴수록 언론에 노출될 확률이 적어진다는 것을 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 지역구에 조금 소홀히 하더라도 선거구민들이 이해를 해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언론에도 안나오면서 지역구에도 잘 안내려가면 바로 불만이 전해져 온다고 말했다.
사진·글=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