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당일 한상균 호위대 1000여 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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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에서 경찰이 물대포 발사 시연을 하고 있다. 시연은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언론 요청으로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의 물대포 사용이 적절했는지 등을 공개 검증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기대했던 정확한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시연 도중 “발사된 물줄기의 강도를 가늠하기 위해선 표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경찰은 바닥에만 물대포를 직사·곡사로 발사했다. 물대포 차량 내부도 공개됐지만 촬영은 허용되지 않았다.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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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7일 오후 조계사 경내의 한 건물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과 전교조 등 53개 단체가 지난 14일 주도한 ‘민중총궐기대회’를 두고 정부·경찰과 야당·집회 참여 단체 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집회를 주최했던 민주노총의 한상균(53) 위원장 검거 문제와 현장에서 물대포를 맞은 뒤 사흘째 의식불명인 농민 백남기(68)씨에 대한 경찰의 과잉 대응 여부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경찰청장 “불상사 우려해 추적만”
차벽·물대포 적법성 공방 이어져
과격 시위 주도 혐의 6명 구속

 일단 14일 시위 현장에 나타났던 한 위원장은 15일 오후 10시30분 경찰 검거망을 피해 서울 견지동 조계사로 이동했다. 조계사 측에 신변 보호를 요청해 관음전에 머무르고 있다. 경찰은 1개 중대 70명을 조계사 출입구에 배치해 동태를 주시하고 있다.

 정부와 경찰은 집회 주도 세력을 색출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사전에 준비된 것으로 보이는 이번 불법·폭력시위는 특히 주말에 시민들에게 극도의 불편을 초래했다”며 “법무부·검찰청 등 관계기관은 불법 집단행동과 폭력 행위 책임자에 대해 ‘불법 필벌’의 원칙에 따라 빠짐없이 책임을 묻는 등 단호하게 대처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신명 경찰청장도 이날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이번 집회를 불법폭력시위 문화를 개선하는 전환점으로 삼고 주도자는 물론 배후 단체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사법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장의 당 원내대책회의 참석은 이례적인 일이다.

 강 청장은 “(한 위원장이) 시위 당일 1000여 명의 호위대에 둘러싸여 이동했다. (수배된) 한 위원장의 검거를 시도할 수 있었지만 대규모 불상사를 우려해 추적만 했다”고 밝혔다. 농민 백씨와 관련해선 “차벽을 훼손하는 폭력시위에 대해선 물대포 수압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차벽에서 약 20m 떨어진 위치에 있던 백씨를 향해 쏜 물대포의 수압(2500~2800rpm)은 문제될 게 없었다는 얘기다.

 이에 민주노총 등 집회 주최 단체들은 “평화적 집회와 행진을 막는 위헌 차벽이 문제의 시작”이라며 “그럼에도 정부가 총궐기 참여 단체 모두를 겨냥한 공안 탄압을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17일 서면브리핑 자료를 내고 “백남기 선생을 비롯한 민중들에게 엄청난 양의 살인 물대포를 직사하고 불법 차벽을 설치한 국가 폭력의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주장했다. 한상균 위원장은 호소문을 통해 “위협받는 노동 생존권과 민주주의를 지켜 달라. 광기마저 보이는 정권에 대한 분노, 인권에 대한 존중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야당도 정부와 경찰을 비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농민단체 간담회에서 “정부는 쌀값 폭락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농민들을 차벽으로 둘러싸고 살인적인 물대포를 쐈다”며 엄중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반면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문 대표가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된 만큼 집회를 하는 사람도 질서 유지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던 걸 상기시켰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민중총궐기대회 연행자 가운데 과격·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로 6명에 대해 “범죄사실이 소명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글=천인성·정종문·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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