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스토리] “심플·순수, 최대한 깔끔하게” … 패션 대부의 40년 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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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슈트는 몸을 따라 흐르는 옷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아르마니 꼴레지오니에서 진행하는 맞춤 수트(Made to Measure) 컬렉션은 맞춤복의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실루엣이 살아있고 착용감이 편안하다. [사진 조르지오 아르마니]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가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아르마니 그룹의 회장이자 디자이너인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1973년 패션사업을 시작한 이후 아르마니 제국을 건설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현재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디자이너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창립 40주년 조르지오 아르마니
“패션 강요는 고객 무시하는 것”
‘편안함 속 표현되는 클래식’ 강조
고객 특정화하지 않고 디자인
2006년 맞춤 슈트 컬렉션 도입

 조르지오 아르마니에게 패션이란 ‘심플하고 순수하고 최대한 깔끔한 것’으로 정의된다. 첫 번째 컬렉션에서 선보인 아르마니의 재킷은 편안하게 허리를 감싸며 소재 자체의 특성을 입는 이로 하여금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됐다.

 아르마니는 사람들이 매일 입는 재킷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했다. 그 결과 입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면서도 지적이고 세련된 매력을 어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남성 테일러링(슈트 제작 과정, 패턴·다림질·봉제 등)과 여성의 드레스 메이킹은 20세기 후반 남성복과 여성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980년 그는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를 위한 의상을 디자인했다. 이 영화는 아르마니 스타일을 전파하며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1982년 4월 5일, 타임 매거진은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커버에 등장시켰다. 그는 이탈리아 공화국 공로훈장을 받았다.

 “지나치게 패션을 강요하는 것은 고객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와 반대로 합니다. 즉 거리에서 개성적이고 우아한 의상을 입은 남성이나 여성을 보면 나의 컬렉션에 응용합니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고객이 패션의 희생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의상을 통해서 세련되게 보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아르마니는 스타일과 감각의 발전을 통해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기능성과 기본적인 품위를 강조하고자 노력했다. 이 같은 철학은 그의 디자인과 성공의 기초가 됐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편안함과 모던함 속에 표현되는 클래식함 이라고 표현된다. 아르마니는 자신의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을 특정화하지 않았다. 군더더기를 없애고 쾌적함을 강조하면서 세련된 우아함을 표현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슈트는 몸을 따라 흐르는 옷이다. 타 브랜드 슈트의 절반 무게로 입어 보면 옷이 무척 가볍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비접착 심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슈트의 어깨 패드는 무리하게 두껍지 않고 자연스러움을 강조한다. 최고의 소재와 살아있는 실루엣, 편안한 착용감은 다른 브랜드가 흉내 낼 수 없는 아르마니만의 매력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맞춤복 컬렉션은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모두 지녔다. 이탈리안 슈트의 정석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패션 모델이 입는 옷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반 사람이 입는 옷을 만든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아르마니 꼴레지오니 에서 진행하는 맞춤 슈트 컬렉션은 맞춤복의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지난 2006년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지금까지는 거대 패션기업들과 세계화 그리고 입는 사람을 잘 배려하지 않는 디자인이 주를 이뤘다”면서 “아름다운 옷을 창조 하겠다는 열정을 마음 속에 갖고 패션 디자인이 본질적으로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디자인 과정의 본질로 돌아가 최고의 소재들로 컬렉션을 만들 때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그의 생각으로 인해 개인 특별 맞춤 서비스가 시작됐다. 기존의 기성복 디자이너로서는 과감한 결정이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고객들 중에는 특별하고 독특한 제품을 원하는 고객들이 상당히 있음을 깨달았다”며 “이에 고객들이 시그니처 조르지오 아르마니 룩뿐 아니라 독특한 핏과 안감, 버튼과 장식을 선택할 수 있는 맞춤복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맞춤복을 선택한 고객은 원하는 소재, 안감, 버튼 스타일, 실루엣 등을 정할 수 있다. 라펠 유형과 주머니 위치, 싱글 또는 더블 브레스트, 바지 주름 등의 장식도 고를 수 있다. 이렇게 조르지오 아르마니 맞춤복은 고객을 디자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개인 라벨도 제작 가능하다.

 맞춤복 제작 과정은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고객은 완성된 맞춤 슈트를 받기 위해 매장을 방문해 입어보고 바로 가져갈 수 있다. 아르마니는 이 과정을 통해 개인의 패턴을 보관한다. 이후 고객은 매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슈트를 맞춤 제작할 수 있다. 소재 견본을 받아 보고 전화로 주문할 수도 있다. 피팅 후 완성까지 모두 장인의 손을 거친다. 셔츠는 5~6주, 슈트는 6~8주가 소요된다. 배은나 객원기자

bae.eu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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