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클릭] 디지털 홈 시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디지털가전이 뭐냐구요?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냉장고에 인터넷 송수신 기능을 넣은 인터넷 냉장고 등이 대표적인 제품입니다. 디지털은 모든 데이터를 '0,1'로 처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그동안 데이터가 서로 달라 호환이 안되던 TV와 DVD, 혹은 PC와 에어컨 등이 상호 연결가능해 집니다. 물론 웹패드 같은 단말기로 집안의 모든 가전제품을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통신 기능을 추가하면 인터넷, 원격제어 도 가능합니다.

디지털 홈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가전업체와 건설업체들은 이미 사이버 아파트 등을 통해 디지털 홈 서비스를 시작했고, 통신업체들은 디지털 홈을 가능케 하는 홈 네트워크 서비스 개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KT는 지난주 향후 신산업개발을 위해 전략적 제휴를 선언했다. 양사는 어디서든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위성방송과 디지털기기, 유.무선 홈서비스 등 차세대 정보기술(IT)기기 개발을 통해 시장 선점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양사가 제휴를 서두른 이면에는 눈앞으로 다가온 디지털 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 숨어 있다. KT가 지닌 유선망과 삼성의 하드웨어 제조 및 무선기술을 융합하면 차세대 가전기기의 주류를 이룰 디지털 가전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는 얘기다.

#1 고혈압 환자인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주부 김모씨는 거실에서 청소를 하다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는 시어머니 말에 깜짝 놀라 안방으로 뛰어들었다.

김씨는 바닥에 엎드려 있는 시어머니를 서둘러 침대 위에 눕히고 바로 옆에 설치된 홈케어시스템 '원격진료' 버튼을 눌렀다. 동시에 방 안 TV 스위치도 켰다.

10초도 지나지 않아 시스템 화면과 TV 화면에는 국내 저명한 고혈압 전문의사인 이모 전문의가 나타나 곧바로 팔을 시스템기기 위에 올리고 혈압측정 버튼을 누르도록 요청한다.

"혈압을 보니 위험한 정도는 아닙니다. 환자를 우선 안정시키고 저번에 조제한 약을 한첩 들도록 하세요. 그리고 안정되면 병원으로 한번 모시고 나오시고요." 그제서야 며느리 김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 맞벌이 부부인 회사원 박모씨 부부는 출근을 해도 항상 마음이 편치 않다. 방학을 해 집에 있는 초등학교 1년생인 쌍둥이 꼬마녀석들이 잘 놀고 있는지 걱정이 돼서다. 불현듯 불안한 마음이 들때 이들 부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신들의 PC에서 홈서버에 접속한다.

곧바로 안방과 거실 전경이 웹 카메라를 통해 화면에 나타나고 소꼽장난을 하는 두아들 녀석의 모습이 들어선다. 아무탈없이 잘 놀고 있는 아이들 모습에 안심한 이 부부는 A사 홈쇼핑에 접속, 오후 6시까지 스파게티 재료를 집으로 배달해 줄 것을 예약했다.

경기도 분당 정자동에 위치한 KT 디지털 주택체험관(HDS)에 들어서면 이 같은 일은 곧바로 현실로 다가온다.

휴대전화와 PC뿐이 아니고 개인휴대단말기(PDA)와 키보드 없는 노트북 웹패드까지 자신의 집 홈 서버에 접속해 집안 곳곳을 둘러보거나 가전제품을 원격조종할 수 있다.

HDS 운영을 맡고 있는 한국통신문화재단 이상수 과장은 "디지털 체험관에서 체험한 모든 서비스들은 2~3년 후에 많은 가정에서 직접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네트워크 최지성 총괄 부사장은 "앞으로 가정에선 IT와 가전이 결합된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들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 가전제품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양사가 이처럼 디지털 홈 시장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엄청난 시장 잠재력 때문이다.

정보통신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 가전시장은 지난해 39억달러에서 2007년에는 1백20억달러로 세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고 세계시장도 지난해 4백17억달러에서 2007년 7백7억달러로 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디지털 가전과 연계되는 국내 홈 네트워크 시장도 지난해 5억달러에서 2007년 62억달러로 10배 이상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LG전자는 현재 판매 중인 인터넷 냉장고와 에어컨, 드럼세탁기 등 디지털 가전을 내년부터는 신규주택시 옵션이 아닌 필수 항목에 넣는 디지털 빌트인(built-in)사업을 본격 벌일 계획이다.

또 현대산업개발과 시스템 개발업체인 아이콘트롤스는 다음달 초 원격조종으로 실내 기기 조작이 가능한 디지털 홈 시스템 'NATE 홈 케어' 를 출시하는데 고객들이 원할 경우 앞으로 건설될 아파트에 적용키로 했다.

이 시스템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집안 출입자 정보 파악은 물론이고 집에 도둑이 들거나 가스 누출 등 재난 발생시 시스템이 곧바로 작동, 집 주인에게 알려주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정부도 디지털 홈 시장 육성에 적극적이다. 정통부는 2007년까지 국내 디지털 홈 1천만가구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하고 최근 디지털 홈 정책추진위를 구성했다. 향후 5년 동안 5천8백억여원을 투입, 관련 핵심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정통부 서광현 기술정책과장은 "디지털 홈 관련 세계 시장은 향후 5년간 1천2백여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IT 선진국에 걸맞은 기술개발로 국내업계가 세계시장의 15%를 점유토록 지속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과 통신이 융합해 서비스하기 위한 법과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고 ▶업체 상호 간 연계체제 구축 ▶전력선과 광케이블.전화선 등 다양한 네트워크에 대한 통신 표준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일도 적지 않다.

최형규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choissi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