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분양제 하려면 주택금융 확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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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정부가 아파트 시장의 투기행위를 잡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가수요가 붙어 청약질서가 어지럽던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해서도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정부는 3백가구 이상 분양되는 주상복합아파트는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고, 사업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아파트 마케팅 전문가가 만나 주상복합아파트의 기능과 공급에 대해 논의했다.

한양대 김관영 교수(경제학과)와 ㈜신영의 정춘보 사장, 미국 트럼프월드의 엘라인 디라즈 마케팅 이사가 뉴욕 맨해턴의 트럼프월드에서 얘기를 나눴다.

-김관영:최근들어 한국은 주상복합아파트가 도심의 주거수요를 많이 끌어들이는 새 주거시설로 각광받고 있다.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공급이 일반화된 미국의 대도시를 따라가는 것 같은데.

-정춘보:한국의 대도시는 이제 주택을 지을 땅이 거의 없고, 있더라도 땅값이 비싸 이용가치가 떨어진다. 때문에 도심의 금싸라기 같은 땅을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방편으로 초고층아파트가 일반화되고 있다. 주상복합아파트를 통해 도심의 공동화(空洞化)를 막고 주택난을 극복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엘라인:미국도 마찬가지다. 뉴욕의 중심인 맨해턴에 초고층의 주상복합아파트가 특히 많이 들어섰는데 도심을 선호하는 주거 수요를 많이 흡수했다. 고층아파트가 나름대로 도심의 확실한 주거상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김관영:공급의 당위성은 있지만 행정 당국이 민간기업의 건축행위를 어느 정도 규제해야 할텐데. 예컨대 도시미관 문제도 있고 스카이라인의 다양화도 필요하지 않겠나.

-정춘보:당연하다. 그렇지만 규제에도 쾌적하고 합리적인 도시개발의 일관성과 미관 배려가 있어야 한다. 주택개발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도시 미관과 안전을 고려한 규제보다는 투기성 수요 규제에 더 치중된다는 느낌이다.

-엘라인:최근까지 미국의 도심아파트는 자꾸 높아지는 추세였다. 그러나 9.11테러 이후에는 초고층아파트에 대한 건축규제가 생겼다. 안전을 위한 것이므로 당연하다고 받아들인다.

-김관영:주택분양 방식과 관련해 한국에서 논란이 많다.

-정춘보:주택금융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분양제로 갈 경우 소비자나 기업 모두 곤란한 처지에 놓일 것이다. 미국처럼 소비자나 기업 모두에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개발금융제도와 주택금융제도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엘라인:미국에서는 선분양, 후분양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대부분 다 지은 상태에서 팔지만 트럼프월드처럼 많이 알려진 회사의 상품과 인기지역의 아파트는 짓기도 전에 미리 판다. 후분양제로의 전환 때 혼란을 없애려면 건설회사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이 많아야 한다.

뉴욕=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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