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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으로 세탁·세차·청소 … ‘온디맨드’ 눈앞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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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서울 역삼동의 원룸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김모(32)씨는 요즘 웬만한 집안 일은 모바일로 해결한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면 관련 업체에서 쌓인 빨랫감을 직접 수거·배달해주고, 시간에 맞춰 청소를 하러 온다. 세차가 필요할 때엔 업체에서 차량을 직접 픽업해 세차한 후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최근 시작한 다이어트는 온라인 코치가 1대1로 식단·운동량을 체크해준다. 김씨는 “이젠 출·퇴근길에 앱을 이용해 각종 집안일을 준비한다”며 “집안 일로 소비되는 에너지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15조원 시장, 320조로 성장 예상
카카오·SK플래닛 등 선점 경쟁
업체 난립해 ‘치킨게임’ 흐를 수도

 스마트폰 몇 번 두드리면 각종 오프라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각종 생활밀착형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가 일상에 파고들면서 이젠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바로 얻을 수 있는 ‘온디맨드’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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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예전에는 직접 매장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예약을 해야 이용할 수 있었던 오프라인 서비스들이 스마트폰으로 연결되면서 소비자의 수고를 덜어주고 있다. 각종 가사 대행 앱이 대표적이다.

 세탁 배달서비스인 S앱은 예약을 하면 30분 후에 빨랫감을 수거해 가고, 24시간 내 배달을 완료한다. 앱을 통한 결제도 가능해 현금을 주고 받는 절차도 줄였다. H앱은 주택 면적·유형에 맞게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며, 최근에는 주기적으로 침구 시트 등을 관리해주는 앱도 나왔다. W앱은 직접 차량을 가져가 손세차를 한 뒤 소비자가 원하는 장소에 주차까지 해준다.

 굳이 여행을 가지 않아도 싱싱한 해산물이나 지방 유명 맛집의 음식을 집에서 즐길 수 있다. M앱을 통해 노량진 수산시장의 제철 수산물을 포장 주문·배달받을 수 있으며, 또 다른 M앱은 속초 ‘성게모듬물회’, 춘천 ‘일점오닭갈비’ 등 전국 주요 맛집의 음식을 배송해준다. 주요 배달앱 서비스도 유명 빵집의 대표 빵과 도시락·과일·반찬 등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도심지에서 주차장을 찾아 헤매는 일도 줄인다. S앱은 주차를 요청하면 원하는 시간에 대리 주차를 해주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고객이 원하는 곳을 차를 가져다 준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약 15조원이던 국내 O2O 시장은 향후 32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 연구소 황지현 연구원은 “기존 오프라인 서비스를 더욱 편리한 형태로 만들거나, 오프라인에만 머물렸던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끌어오는 형태로 시장이 넓어지고 있다”며 “각종 서비스·재화가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온디맨드’ O2O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기업도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검색·주문·쇼핑이 한 번에 이뤄지는 ‘쇼핑윈도’ 확대에 적극적이다. ‘1대 1 쇼핑톡’을 이용하면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방문한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올해 초 카카오택시를 선보인 카카오는 대리운전, 제주감귤 모바일 유통 등 O2O 플랫폼 선점에 사활을 걸었다. SK플래닛은 쇼핑·외식 등의 편의성을 높인 O2O를 제공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O2O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무한경쟁을 의미하는 ‘치킨게임’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주요 배달앱들이 결제 수수료를 최저 0%까지 낮춘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따라 국내 O2O 시장도 틈새시장 확보와 함께 차별적인 서비스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 김종대 책임연구원은 “차별적 서비스를 기반으로 수수료 이외의 수익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앞으로의 진화 방향”이라며 “각 영역 내에서 또는 여러 영역의 조합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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