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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힐·롱부츠 저리 가라, 편안한 미드힐·앵클부츠 납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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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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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짝이는 장식의 패션 스니커즈. 슈콤마보니
2 밑창이 두툼한 슬립온 슈즈. 아쉬
3 슬림한 스타일의 앵클 부츠. 크리스챤 디올
4 두툼한 굽의 메리 제인 슈즈. 프라다
5 베이지와 블랙의 투 톤? 슬링백. 샤넬
6 비즈로 꾸민 퓨전 스니커즈. 크리스챤 디올
7 고무천을 댄 첼시 부츠. 아크네 스튜디오

여자에게 신발은 패션의 완성이다. 옷차림에 근사한 마침표를 찍어주기 때문이다. 패션의 시작이기도 하다. 온종일 뛰어다닐지, 사무실에 앉아서 근무할지 등 TPO(시간·장소·상황)에 맞게 신발을 먼저 고른 뒤 뭘 입을지 정하기도 한다. 신발 전문가 4인으로부터 올 가을·겨울에 어울리는 신발을 추천받았다. 신발을 만들고, 팔고, 신발에 대해 쓰면서 신발과 동고동락하는 이들이다. 새 신발을 들이려면 헌 신발은 나가야 하는 법. 이제는 이별해야 할 신발도 꼽아봤다. 이름하여 이번 시즌 슈즈 ‘인 앤드 아웃 (In & Out)’결정판이다.

올 가을·겨울 신발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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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현
슈콤마보니 디자이너

IN아무리 유행이 바뀐다 해도 당분간 변하지 않을 트렌드가 있다. 바로 ‘놈코어’룩이다. ‘놈코어’는 평범하다는 뜻의 노멀(normal)과 핵심이라는 뜻의 하드코어(hardcore)의 합성어다. 평범함을 표방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패션, 꾸미지 않은 듯하지만 포인트를 준 패션을 말한다. 대표 주자는 스니커즈다. 정장과 캐주얼, 팬츠·스커트까지 모든 스타일을 세련되게 만드는 만능 아이템이다. 3~5㎝ 안팎의 두툼한 굽이 있는 스니커즈가 부드러운 가죽, 클래식한 색깔·디자인과 만나면 고급스러운 느낌의 스트리트 패션을 완성할 수 있다. 복고 스타일의 발목 길이 하이탑 스니커즈도 주목할 만하다.

올가을엔 여성미를 강조하는 ‘드레스 업’ 스타일도 인기를 끌 전망이다. 힐 중에서는 슬링백과 스트랩 코트 슈즈를 추천한다. 킬 힐의 섹시함보다는 우아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미드 힐’이 더 많은 여성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구두 앞 코는 뾰족한 스타일의 강세가 이어진다. 발목을 감싸는 스트랩 슈즈는 여성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스타일. 특히 여러 개의 스트랩을 더한 레이스업 힐 슈즈가 눈에 띈다.

옷 길이가 미니부터 맥시까지 폭넓게 인기를 끌면서 부츠 길이도 다양해졌다. 길이가 짧든 길든 타이즈를 신은 듯한 울트라 타이트 스타일이 인기를 얻을 전망이다. 납작한 굽보다는 높고 두툼한 청키 힐이 주로 적용된다. 끈으로 묶는 게 포인트인 ‘그래니 레이스업 부츠’는 여성스러우면서도 차려입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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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아웃도어 열풍이 잦아들면서 등산화 스타일의 하이킹용 부츠와는 당분간 이별해야 할 것 같다. 투박한 스타일이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트렌드와 대조된다. 뭉툭한 앞 코에 리본 장식이 달린 발레리나 플랫 슈 즈도 지는 스타일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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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현대백화점 구두 바이어


IN
놈코어 룩이 이어지면서 신발도 편안하면서 세련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는 스타일이 뜬다.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 가운데 구두만 만들던 브랜드들도 슬립온과 스니커즈를 만드는 추세에서 엿볼 수 있다. 패션을 아는 여성이라면 갖춰야 할 신발로 플랫폼 슬립온, 첼시부츠·앵클부츠, 스니커즈를 추천한다. 슬립온은 끈이나 버클이 달려있지 않으며 고무로 된 밑창을 댄 신발이다. 2년 전부터 유행했는데 올가을엔 밑창을 두툼하게 키운 플랫폼 슬립온으로 진화했다. 키가 작은 사람들이 무심한 듯 세련된 놈코어 룩에 도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와이드 팬츠와 매치했을 때 최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타이트 스커트 같은 몇 가지를 제외한 모든 의상에 잘 어울린다.

올해는 롱부츠보다는 앵클 부츠와 첼시 부츠가 더 눈에 띈다. 겨울철 추위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것과 연관있다. 롱부츠는 신을 수 있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가격도 일반 구두의 2.5배로 비싸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고 쓰임새가 더 많은 앵클 부츠를 소비자들이 선호하게 됐다. 앵클 부츠의 한 종류인 첼시 부츠는 옆선에 신축성 있는 고무천을 붙여넣은 디자인이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남성들이 승마용 부츠로 신기 시작했고, 19세기 들어 런던 첼시지구를 중심으로 신사화 스타일로 부활해 첼시 부츠로 불린다.

앵클 부츠는 하체가 튼튼한 경우 통굽을 권한다. 종아리가 상대적으로 길고 날씬해 보이기 때문이다. 스키니진이나 부츠컷 진 모두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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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UT 패딩이나 양털로 만든 방한 부츠와킬 힐은 올겨울에는 집에 모셔둬야 할것 같다. 유행이 다시 돌아온 와이드 팬츠와 부츠컷 바지는 방한 부츠와 어울리지 않는다. 킬 힐처럼 불편해 보이고 과장된 스타일도 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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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은
엘르 패션 디렉터

IN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사라 제시카 파커가 ‘슈즈계의 전설’이라 표현했던 메리 제인 슈즈. 발등에 스트랩을 장식한 스쿨 룩의 상징인 메리 제인 슈즈가 소녀들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클래식 슈즈로 주목받고 있다. 투박하고 두꺼운 굽이 각광받고 있는 이번 시즌의 트렌드를 반영한 2015년 버전은 차돌처럼 반들거리는 가죽에 청키한 굽을 매치한 스타일이다. 프라다의 메리 제인 슈즈가 대표적이다. 특유의 소녀 감성과 클래식한 매력은 10대나 20대가 아닌 중년 여성들에게도 충분히 호감을 살 듯하다. 어느 옷장에나 있는 평범한 검정 원피스와 모직 팬츠, 스키니진 등 어디에나 잘 어울리지만, 더 세련되게 연출하고 싶다면 전체적인 옷의 무드만큼은 소녀적이지 않게 연출하는 게 좋다.

겨울이면 유행하는 앵클 부츠의 유행은 새로울 것 없어 보이지만 올겨울 앵클 부츠는 잘 다듬어진 디자인이 돋보인다. 여러 켤레의 앵클 부츠가 있다고 해도 새로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발목 부분이 길고 타이트하게 밀착된 슬림한 스타일에 두꺼운 기둥형 굽이 특징이다. 굽 두께가 굵은 만큼 바닥에 닿는 면적이 넓어 착용감도 한층 편하다. 스텔라 맥카트니의 앵클 부츠가 대표적. 나팔바지 스타일의 크롭트 팬츠와 발목이 늘씬한 앵클 부츠는 환상의 조합을 연출한다. 복사뼈 위로 10㎝쯤 올라간 길이의 크롭트 팬츠와 함께 연출하면 멋스럽다. 슈즈와 팬츠의 색상을 비슷한 톤으로 통일하면 하체가 더 길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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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여전히 길거리에서 웨지힐 스니커즈를 신은 이들을 만나지만, 트렌드를 따라가려면 당분간 신발장 깊숙이 넣어 두어도 괜찮을 것 같다. 스니커즈를 선택할 때도 보다 정제된 디자인,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을 찾게 됐다. 장식이 없는 담백한 화이트 스니커즈가 웨지힐을 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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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은
패션 스타일리스트

IN 발목까지 오는 아웃도어 부츠를 추천한다. 울 소재에 가죽 트리밍이 되거나, 아웃도어 스타일로 끈을 묶는 레이스업 부츠는 매니시한 트렌드에도 부합된다. 밀리터리 파카와 레깅스와 매치하면 날씬하고 다리가 길어보인다. 레깅스 위엔 큼직한 스웨트 셔츠나 니트가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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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길이의, 종아리에 딱 맞는 스키니 부츠도 일상 생활에서 신기 좋을 듯하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싸이하이 부츠나 장식 술이 달린 프린지 부츠는 런웨이에서는 멋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슬립온의 열풍이 한풀 꺾이고 이번 시즌에는 애슬래틱 스니커즈의 유행이 기대된다. 운동화처럼 투박한 밑창과 클래식한 모양이 스트리트룩과 잘 어울린다. 두툼한 밑창 덕분에 키 높이 효과도 있어서 옷 맵시가 더 산다. 슬립온은 실내화 같은 모양 때문에 아무래도 봄·여름 분위기가 더 강하다. 하지만 독특한 모양의 퍼 장식이 있거나 양털 라이닝이 깔려 있으면 겨울 아이템으로도 손색 없다. 메탈릭한 소재나 반짝이 패치워크도 겨울에 근사하다. 지난해부터 유행한 첼시 부츠는 놈코어 룩에 제격이다. 올해도 적극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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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 투박한 웨스턴 부츠나 라이딩 부츠는 유행이 지났다. 그동안 라이딩 부츠는 스키니진이나 레깅스와 함께 슬림 핏을 연출했는데, 와이드 팬츠에는 썩 어울리지 않는다. 당분간 발레리나 플랫 슈즈도 신지 않을 것 같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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