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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다시 '사못쓰'가 된 김현수를 주목하라

중앙일보

입력

 
"3번타자가 가장 위협적이었다." 야구 대표팀은 8일 프리미어 12 개막전에서 일본에 0-5 완패했다. 일본 선발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를 상대로 6이닝 동안 안타 2개를 치는데 그쳤다. 하지만 오타니가 가장 빠른 161㎞를 던지게 만들 정도로 긴장시킨 타자도 있었다. 한국산 타격기계 김현수(27·두산)이다.

김현수의 일본전 성적은 좋지 않았다. 삼진 3개를 당하면서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단 한 개의 안타는 일본팀 에이스에게도 인상적이었다. 한국 타자들이 맥을 못 추고 당한 시속 145㎞ 포크볼을 제대로 잡아당겨 만들었기 때문이다. 평소 게스히팅(상대 투구를 예상하고 스윙하는 것)을 거의 하지 않고 '공 보고 공 치는' 김현수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김현수는 9일 대만으로 이동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잘못 본 거 아니냐. 이대호, 박병호 선배를 견제하다 큰 타자가 나와 그런 것 같다"고 겸손해했지만 일본 언론 역시 김현수를 높게 평가했다. 사실 김현수는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감기로 컨디션도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김현수는 특유의 스타일 덕분에 낯선 투수들을 많이 상대하는 국제 대회에서 더 강했다. 국가대표 데뷔전인 2008 베이징 올림픽이 대표적이다. 당시 김현수는 왼손타자임에도 일본의 특급 마무리인 좌완 이와세 히도키를 상대로 대타로 나와 적시타를 때려냈다.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3 WBC,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 개근하면서 거둔 타율은 0.404(104타수 42안타)였다.

데뷔 초 김현수에게 붙었던 별명 중 하나는 '사못쓰'다. '타율 4할도 못 치는 쓰레기'라는 뜻의 줄임말이다. 3할 타율은 기본이고, 그 이상을 쳐야 할 정도로 뛰어난 타격 솜씨 덕분이었다. 일본전의 부진으로 김현수의 국제대회 통산 타율은 0.398로 떨어졌다. '사못쓰'에서 다시 '타격기계'로 거듭나야 할 시점이다.

이번 대회는 김현수의 향후 진로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국내는 물론 해외 어느 팀이든 이적료 없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도 이룬만큼 더 큰 무대로 나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미 에이전트 계약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시즌 중에도 몇몇 일본 구단들이 실무자를 보내 김현수의 모습을 체크했다. KBO리그를 관찰하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김현수에 대한 자료를 충분히 수집한 상태다.

원소속팀 두산도 김현수의 잔류를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프리미어 12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칠 경우 김현수의 몸값은 더 뛰어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최정(SK)이 받았던 FA 야수 역대 최고액(4년·86억원)을 뛰어넘어 사상 첫 총액 100억원 시대를 열 가능성도 충분하다.

타이베이(대만)=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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