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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너도나도 아파트시장 '군침'

중앙일보

입력

이랜드그룹에서 뉴코아·NC백화점의 내부 인테리어를 담당해온 박현희 차장은 요즘 이 회사가 분양 중인 경기도 김포시 한강신도시의 아파트 견본주택으로 매일 출근한다. 이랜드그룹이 주택사업에 뛰어들면서 아파트 인테리어팀을 새로 맡았기 때문이다. 박 차장은 “상업시설 인테리어 특징을 아파트에 접목시켜 클래식·모던·내추럴스타일 등 3가지로 차별화했다”며 “주택수요자가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어 반응이 괜찮다”고 말했다.

아파트 분양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주택사업에 뛰어드는 업체가 크게 늘고 있다. 올해 청약경쟁률이 평균 10대 1을 넘기고 단기간에 ‘완판’ 행렬이 이어지면서 주택사업의 수익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이랜드그룹은 최근 한강신도시에서 ‘이랜드 타운힐스’라는 브랜드로 아파트 550가구를 내놓았다. 이랜드그룹이 본격적으로 주택사업에 뛰어들면서 짓는 첫 번째 아파트다. 이를 위해 그룹 유통사와 호텔의 신축·리뉴얼 등을 주로 담당했던 그룹 내 건설사업부와 디자인사업부를 통합해 이랜드건설 SNC 사업부를 새로 만들었다. 황우일 이랜드그룹 홍보팀장은 “패션·유통·외식·호텔·레저 사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주택사업에 활용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다양한 주택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로·철도 등 토목분야 관급공사를 주로 하던 대보건설은 지난달 아파트 브랜드 ‘하우스디’를 내놓고 주택사업에 도전했다. 그동안 공공분양에서 시공실적을 쌓아 오다 투자 다변화를 위해 몇 년 전부터 민간 프로젝트를 준비해 왔다. 대보건설은 연말까지 경기도 용인과 부산·강원도 등지에서 ‘하우스디’ 아파트 620여 가구를 선보인다. 최정훈 대보건설 인프라개발사업본부장(전무)은 “금융회사 등과 연계해 공사비를 미리 확보한 안정적인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며 “공급이 뜸한 지역을 위주로 틈새상품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사업을 떠났던 업체도 돌아오고 있다. 한진중공업 건설부문은 경남 통영시에서 1023가구를 지난달 분양했다. 2012년 경남 진주에서 해모로 루비채를 분양한 이후 3년 만이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등으로 주택사업을 중단했던 쌍용건설은 올 상반기 정상화를 계기로 4년 만에 분양을 재개하기 위해 사업장을 물색하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관투자자는 주택개발사업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공무원의 공적부조기관인 행정공제회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알파돔시티와 광명시 광명역세권 복합단지 개발사업에 각각 25%, 18%의 지분을 투자했다. 박응한 행정공제회 개발사업본부장은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독자적인 진출보다 지분투자 방식을 택했다”며 “장기적인 투자처 발굴을 위해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공제회는 9월 경기도 평택시에서 1348가구 분양을 시작으로 주택개발사업에 진출했다.
주택사업 진출 업체 증가로 올해 분양물량은 사상 최대로 예상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연말까지 분양 예정인 아파트가 44만여가구로 지난해의 1.6배에 달한다. 일부에선 공급과잉 우려도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급이 계속 급증하면 분양률이 떨어지고 미분양이 쌓여 사업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입지·분양가·상품성의 경쟁력이 사업 성공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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