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구조조정 하반기 '큰 장' 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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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은행 매각협상 타결을 계기로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금융구조조정 작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최근 입을 맞춘듯 금융권 구조조정의 마무리 작업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고, 국내 금융회사에 대한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입질'이 활발해지는 등 내외적으로 구조조정을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올 하반기에 제2금융권 중심의 '구조조정 태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우리금융의 매각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신사=정부는 8조원 이상의 공적자금 투입 이후에도 여전히 부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대한 등 두 투신회사의 처리 문제와 관련, ▶합병 후 매각▶분리 매각▶개별 독자 생존 등 다양한 정상화 시나리오를 마련해 놓고 있다. 문제는 어떤 방식을 택하든지 5조원 이상의 엄청난 자금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단 공적자금투입 방식은 배제하고 예금보험공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예보가 은행 등에서 돈을 빌려 투신권에 넣어 정상화시킨 뒤 매각해 원리금을 갚는다는 수순이다.

카드.신협.저축은행 등=지난달 30일 국민카드와 국민은행의 합병으로 카드 업계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됐다. 카드 업계에서는 다음달 이후 실시될 금감원의 카드 업계 경영실태 파악에서 적기시정조치 기준에 미달할 가능성이 있는 1, 2개 카드사가 퇴출 위기까지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금융기관들이 국내 카드사를 인수하려는 움직임도 새로운 판짜기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론스타.뉴브리지 캐피털.시티.HSBC 등이 국내 카드사의 경영권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또 신협 및 상호저축은행이 시장 규모에 비해 회사 수가 많다고 보고, 건전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업체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킬 방침이다.

은행=김진표 부총리는 23일 우리금융을 사려는 희망자가 나타나면 정부 지분의 상당 부분을 팔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신한은행의 조흥은행 인수로 국민.우리금융.신한금융의 3강 구도가 형성되면서 하나은행 등 다른 은행들이 생존권 차원의 '몸집 불리기'나 전문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시장에는 하나은행과 제일은행의 합병 재추진설 등 중소은행들의 합병설이 나돌고 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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