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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FC 서울 윤주태 4골, 수퍼매치 영웅 된 '조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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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FC 서울에 '미친 공격수'가 나왔다. 수원 삼성과의 수퍼매치에서 4골을 터뜨린 윤주태(25)다.

윤주태는 지난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라이벌' 수원과의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에서 혼자 4골을 넣어 4-3 승리를 이끌었다. 윤주태는 박주영(30·서울)을 넘어 수퍼매치 사상 한 경기 최다골 기록자가 됐다. 박주영(30)은 2007년 3월 21일 수퍼매치에서 해트트릭(3골)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윤주태는 아드리아노(28·브라질)와 박주영(30)에게 늘 밀렸다. 이날 아드리아노가 경고누적, 박주영이 무릎 부상으로 빠져 4개월 만에 선발 기회를 잡았다.

윤주태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는 전반 28분 상대 수비의 실수를 틈타 볼을 가로채 골키퍼까지 제치고 왼발슛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두 차례 속임 동작 후 강력한 오른발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윤주태는 이날 은퇴식을 가진 차두리(35·서울)의 등번호 5번을 의미하는 손가락 5개를 펼쳤다.

후반 10분 윤주태는 슈팅 각도가 좁은 상황에서 지체없이 오른발 강슛으로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3-1로 앞선 후반 17분 역습 찬스에서는 감각적인 드리블로 수비수를 제친 뒤 왼발슛으로 네 번째 골을 뽑아냈다. 두 골은 왼발, 두 골은 오른발에서 나왔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나도 윤주태가 수퍼매치에서 4골을 넣을 줄 몰랐다. 큰 경기에서 '미친 선수'가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 팬들은 그동안 윤주태를 '윤조딱'이라 불렀다. '윤주태는 조커가 딱이야'란 의미다. 그는 K리그 24경기 중 20경기에 교체출전해 '수퍼 서브' 역할을 해냈다. 수퍼매치 전까지 기록한 5골 모두 교체 출전해 넣었다. 윤주태는 올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와 FA(축구협회)컵을 포함해 13골을 넣었는데, 13골 중 무려 11골을 후반에 뽑아냈다.

서울 팬들은 이날 만큼은 윤주태를 '대한도프스키(대한민국+레반도프스키)'라 부르며 열광했다. 지난 9월 23일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전에서 9분간 5골을 몰아친 바이에른 뮌헨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27·폴란드)에 빗댄 표현이다.

윤주태는 울산 학성고 시절 다섯 차례나 전국 대회 득점왕을 휩쓴 '괴물'이었다. 연세대에서 U리그 우승을 이끈 뒤 2011년 독일 2부리그 FSV 프랑크푸르트에 입단했다. 윤주태는 2시즌간 30경기에서 나서 3골을 뽑아냈다. 프랑크푸르트 팬들은 윤주태를 향해 "주트 코레아(Sued Korea·한국 사람)"란 응원 구호를 외치고 응원석에 대형 태극기를 걸었다.

하지만 윤주태는 잔부상 탓에 2012년 2부리그 잔트하우젠으로 임대됐다. 결국 2014년 K리그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서울에 입단했다.

입단 첫 해 2골을 넣는 데 그친 윤주태는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탄탄한 몸을 만들었다. 그리고 공을 잡으면 한두 차례 드리블 후 곧바로 슛을 날렸다. 문전에서 슈팅을 주저하는 한국축구에서 윤주태는 새로운 유형의 과감한 공격수로 거듭났다.

윤주태는 "(박)주영 형의 수퍼매치 기록을 깨 기쁘다. 올 시즌 교체 출전이 많았지만 즐기자고 생각했다"며 "경기에 뛰고 싶어 한국에 돌아왔다. 올 시즌 리그 10골(현재 9골)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사진=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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