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박병호, 15억 쓰고 147억 받는 넥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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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박병호(29·넥센)의 메이저리그(MLB) 이적료가 1285만 달러(약 147억원)로 결정됐다. 아시아 타자로는 스즈키 이치로(42·마이애미·2000년 1312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MLB 제시 이적료, 5년 총연봉 10배
아시아 타자로는 이치로 다음 몸값
연봉 최대 114억설 … 내일 구단 발표

 넥센 구단은 지난 7일 “MLB 사무국에서 전달받은 박병호의 포스팅(비공개 입찰) 결과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넥센이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지난 2011년 8월 박병호를 LG에서 데려온 넥센이 4년 반 동안 그에게 지급한 연봉 총액은 15억원이다. 박병호는 넥센에서 4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고, 자신이 받은 총 연봉의 10배에 해당하는 돈다발을 넥센에 선물했다. 박병호는 “포스팅 금액이 생각보다 많이 나와 놀랐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MLB가 평가하는 박병호의 가치는 이치로나 마쓰이 히데키(41·은퇴) 등 일본 최고 타자들과 비교할 만 하다. 일본에서 7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했던 이치로는 2001년 MLB에 데뷔하자마자 242안타를 쳐내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상과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다. 이후 일본 야수들의 MLB 도전이 이어졌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지난해 MLB에 진출한 내야수 강정호(28·피츠버그)의 이적료 500만 2015달러가 아시아 야수로는 당시 3위에 해당했다.

 특히 홈런타자 시장은 제대로 형성되지도 못했다. 요미우리 4번타자 마쓰이는 지난 2003년 포스팅이 아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뉴욕 양키스에 입단(3년 총액 2100만 달러)했다. 마쓰이는 2002년 일본에서 50홈런을 쳤지만 양키스 첫 해 16홈런에 그쳤다. MLB에서 활동한 10시즌 동안 마쓰이는 통산 175홈런을 때렸다. 이후 MLB는 아시아의 홈런타자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이승엽(39·삼성)이 2003년 FA가 되어 미국 진출을 시도했으나 헐값을 제시받고 일본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MLB에서도 거포 1루수가 귀해졌다. 덕분에 한국에서 2년 연속 50홈런을 돌파한 박병호의 시장 가치는 크게 뛰었다. 무엇보다 1년 앞서 미국에 진출한 강정호가 올 시즌 타율 0.287, 홈런 15개로 선전하면서 MLB는 한국야구를 재평가했다. 박병호가 ‘강정호 효과’를 본 것이다.

 박병호에 대한 포스팅 비용 1285만 달러를 써낸 구단은 오는 10일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이 구단은 단독 교섭권을 갖고 박병호의 에이전시인 옥타곤 월드와이드와 30일 동안 협상한다. ‘CBS스포츠’는 8일 ‘박병호 포스팅에 텍사스·클리블랜드·샌디에이고·볼티모어·오클랜드가 참여했지만 1285만 달러보다 적은 금액을 써내 탈락했다’고 전했다. 현지에서는 보스턴과 세인트루이스, 콜로라도 등이 박병호 포스팅에 참가한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야후 스포츠’의 야구 칼럼니스트 제프 파산은 “보스턴이 핸리 라미레스를 1루수로 쓸 생각이라 포스팅이 참가하지 않았다”는 글을 올렸다.

 이적료와 비례해 박병호의 연봉도 높게 책정될 전망이다. 2001년 이치로는 시애틀과 3년 총액 1400만 달러(연 평균 467만 달러)에 계약했다. 이후 MLB는 아시아 선수들의 이적료를 점차 낮추는 대신 연봉은 올려주고 있다. 따라서 박병호의 연봉은 500만~1000만 달러(57억~114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박병호의 연봉을 800만 달러로 예상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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