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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중국 ‘광곤절’ … 한국이 설레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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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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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는 지난해 11월 11일 ‘광곤절(光棍節)’에 중국 저장성 항저우 본사에서 당일 매출액을 전광판으로 실시간 공개했다. 이 날 오후 9시 500억100만 위안이던 매출액은 밤 12시 571억1218만 위안으로 최종 집계됐다. [중앙포토]

매년 11월 11일 편의점 간엔 과자 전쟁이 벌어진다. ‘빼빼로데이’ 마케팅 때문이다. 빼빼로데이는 1990년대 중반 부산·경남 지역 여중생 사이에서 날씬해지라는 뜻으로 11월 11일에 빼빼로를 주고받은 데서 유래했다. 이를 롯데제과가 재빨리 마케팅에 활용해 전국으로 퍼졌다. 특정 기념일로 상품 판매를 유도하는 ‘데이(day) 마케팅’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알리바바 주도 대규모 할인
작년엔 하루 매출액 10조원
“정품 파는 한국 온라인몰 인기”
쇼핑몰마다 다양한 행사 준비

 그런데 중국에서도 11월 11일 온 나라가 들썩인다. 빼빼로데이가 아닌 ‘광곤절(光棍節)’ 때문이다. 광곤절은 90년대 중국 젊은이들이 서양의 밸런타인데이에 맞서 ‘솔로들을 위한 날’로 만들었다. 그런데 2009년 중국 전자상거래회사 알리바바의 온라인쇼핑몰 ‘톈마오(天猫·당시 타오바오몰)’가 광곤절을 기념해 약 50%의 대규모 할인행사를 벌였다. 이 이벤트가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광곤절 당일 톈마오 매출은 2009년 5200만 위안(약 93억원)에서 2014년 571억 위안(약 10조원)으로 5년 만에 1000배 이상 커졌다. 알리바바는 11월 11일을 의미하는 ‘솽11(雙11)’을 상표로도 등록했다. 징둥상청(京東商城)·쑤닝이거우(蘇寧易購) 등 다른 중국 인터넷쇼핑몰도 톈마오의 성공을 보고 광곤절 할인행사에 뛰어들었다. 이를 통해 광곤절이 자연스럽게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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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광곤절 특수를 기대하는 업체 간 마케팅 경쟁이 불꽃 튀고 있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지난달 13일 열린 톈마오의 ‘글로벌 쇼핑 페스티벌’ 행사에 직접 나와 홍보에 열을 올렸다. 정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엔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과도 연계되는 경우가 많아 광곤절 소비 규모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소매업체 실적이 호전되면 그동안 침체됐던 중국의 소비 경기도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광곤절 특수는 한국 기업에도 기회다. 유커(遊客·중국 관광객)의 한국 상품 선호 때문이다. 알리바바에서 파는 한국 상품 연간 매출액은 올해 처음 100억 위안(약 1조8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 톈마오와 징둥상청, 쑤닝이거우는 모두 한국 제품 전용관을 개설했다. 알리바바는 올해 광곤절의 주제를 ‘국제화’로 정하고 해외직구(해외 인터넷쇼핑몰에서 상품을 직접 사는 행위)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 경제지 베이징상보(北京商報)는 4일 “지난해 중국 온라인쇼핑몰의 정품 비율이 58.7%에 그쳐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특히 한국 온라인쇼핑몰로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도 “올해 광곤절 수혜국은 한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국내 업체도 광곤절에 맞춰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10~12일 3일간 ‘코리아 광곤절’ 행사를 진행한다. 롯데는 계열 온라인몰인 롯데닷컴·롯데아이몰·엘롯데 등 3곳을 통해 화장품·영패션·스포츠 등 200가지 인기 아이템을 최대 80% 할인판매할 예정이다. 장수현 롯데백화점 상무는 “이번 광곤절 행사를 위해 약 150억원어치의 상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온라인몰인 현대H몰에서 MCM·루이까또즈 등 중국인에게 인기 있는 국산 잡화 브랜드를 최대 70% 할인해 판다.

 한광영 현대홈쇼핑 상무는 “현재 역직구 매출의 90%가 중국에서 발생한다”며 “하이타오족(海淘族·중국 해외직구족)을 겨냥한 맞춤형 상품과 프로모션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고 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가 입점해 있는 중국 티몰 글로벌을 통해 아모레 ‘려 3종 세트’, 허니버터 아몬드, 포도씨유 등 27종의 상품을 연중 최저가보다 1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예약 구매 이벤트를 한다. 한국 상품 역직구업체 판다코리아는 12일까지 마스크팩·마유크림 등 중국인에게 인기 있는 한국 화장품을 최대 81% 할인해 판매할 계획이다. 판다코리아는 그 외에도 하루 2000명 선착순으로 신라면, 메디힐 마스크팩 등을 단돈 1위안(약 179원)에 판매하고 전 구매고객에게 빼빼로를 사은품으로 준다.

 김진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광곤절 거래 규모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화장품과 유아용품 등을 중심으로 중국에 진출해 있는 기업과 국내 소비재 기업의 매출 상승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현택·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광곤절(光棍節)=중국어로 ‘광곤(光棍)’은 ‘빛나는 막대기’란 뜻으로 짝이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11월 11일이 홀로란 의미의 숫자 1이 4번 겹쳐 솔로를 위한 날로 기념한다. 1993년 난징(南京)대 학생이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1의 개수에 따라 1월 11일과 11월 1일은 중광곤절, 11월 11일은 대광곤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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