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글로벌 CEO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우버 신드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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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 우버는 공유경제 열풍에 불씨를 지폈다. [사진 우버]

지난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는 구글·야후·JP모건 등 내로라 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운영책임자(COO) 경영진 수백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제전문지 포춘지가 매년 한 차례씩 여는 글로벌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포춘지는 포럼에 참석한 경영진들에게 “지금 가장 큰 걱정거리가 뭔지”를 물었다.

대다수의 CEO, COO 등은 공통된 답변을 내놨다. ‘우버 신드롬’이다. 기존 시장에 새 경쟁자들이 완전 다른 비지니스 모델을 들고 진입한다는 것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는 자동차를 택시처럼 이용하는 서비스로 새로운 공유경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기존 택시 사업의 큰 반발을 불러왔다.

최근 IBM이 70개국의 글로벌 경영 운영자 52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대부분이 ‘(기존 시장 질서의) 붕괴’를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기도 했다. 비슷한 표현으로 기존의 여러 기술이나 성능, 기업들이 종횡으로 합쳐져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탄생하는 ‘산업 컨버전스(Industry convergence)’가 있다.

이와 같은 시장 질서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 IBM이다. IBM은 지난달 28일 웨더컴퍼니의 기상 정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20억달러(약 2조2700억원)을 지불하기로 했다. 기존 핵심 사업이었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는 지속가능한 수익과 성장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IBM은 대신 고성능의 데이터 분석·질문 패턴·예측이 가능한 슈퍼컴퓨터 ‘왓슨’을 이용해 기상 정보 등의 데이터를 가공,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백색가전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제너럴일렉트릭(GE)도 꾸준한 자기 변신을 꾀하고 있다. 존 라이스 GE 부회장은 최근 가는 곳마다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GE의 궁극적인 목표는 디지털 산업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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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포춘 글로벌 포럼에 참석한 브라이언 로버츠 컴캐스트 CEO. [사진 포춘지]

미국 최대 케이블TV 업체 컴캐스트의 브라이언 로버츠 CEO는 이번 포춘 글로벌 포럼에서 “수백만 가구의 미국인 가정으로 들어가는 ‘데이터 파이프’를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데이터 파이프를 통해서 NBC 등 미국 방송국들의 콘텐트가 들어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분야와 무관하게 수많은 기업들에게 컴캐스트가 보유하고 있는 인터넷 연결성(Internet connectivity)을 팔 수 있다고 공언했다.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는 이들 선구자(Torchbearer) 기업들에게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의사 결정의 권한을 분산시킨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탑다운 방식의 결정은 최대한 지양한다. 빠른 속도로 변화는 시장에서 이같은 의사 결정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원치않게 시장과의 단절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둘째, 경쟁자와 싸우는 것보다는 소비자들에게 더 집중한다. 1~2년도 지나지 않아 새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환경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포춘은 “경쟁자에만 집중하다보면 자신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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