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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미·중, 남중국해 긴장 고조 행위 자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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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의 파고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남중국해 대부분을 자국의 영해라고 주장하며 인공섬 건설을 강행하고 있는 중국과 이에 반대하는 미국의 갈등이 경쟁적 무력시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긴장이 고조되면서 우발적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5일 남중국해에서 미 해군의 핵 추진 항공모함인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에 탑승했다. 지난달 말 미 해군 구축함을 중국이 건설한 인공섬 주변 12해리 이내로 보내 실력을 행사한 데 이어 국방장관이 직접 대(對)중국 무력시위에 나선 셈이다. 중국은 주권과 안보 이익을 위협하는 심각한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자국 영해를 침범하는 가상 적국 함정에 대한 실탄 사격 훈련을 경고했다.

 국제법과 국제규범을 근거로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내세우는 미국과 분쟁 수역임에도 인공섬 건설을 강행하는 중국 모두 속마음은 남중국해에 걸린 전략적 이해에 꽂혀 있다. 남중국해는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3분의 1이 지나가는 세계 두 번째 무역항로다. 페르시아만~인도양~믈라카해협~남중국해~동중국해~일본 열도로 이어지는 거대한 오일루트이기도 하다. 남중국해의 제해권을 누가 잡느냐가 미·중 패권 경쟁의 승부처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 수출 물동량의 30%, 수입에너지의 90%가 통과하는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전은 우리의 국익과도 직결된 문제다. 그런 점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4일 아세안 확대국방장관회담에서 남중국해에서 항행과 비행의 자유가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은 정당한 입장 표명이었다. 동시에 남중국해의 평화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적절했다고 본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두 강대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아시아 국가들 모두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문제다. 고래 싸움으로 애꿎은 물고기들이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한다. 중국은 인공섬 건설을 자제하고, 미국은 무력시위를 자제함으로써 더 이상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에 편들기를 강압하는 것도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