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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런 나라에서 어떤 군인이 목숨 걸겠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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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군 골프장 운영을 위해 쓰는 예산은 600억원가량 된다고 한다. 40조원 가까운 국방예산 중 수백억원은 고위급 장성을 비롯해 군 간부들의 품위 유지 명목 등으로 지원되고 있다. 이 같은 예산편성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겼다.

 국방부가 비무장지대(DMZ)에서 작전을 벌이다 지뢰폭발 사고로 부상을 당한 곽모 중사의 민간병원 치료비 일부를 부담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곽 중사의 어머니는 “너무 억울해 유서까지 써 놓았다”고 말했다. 군에서 부상을 입고 평생 불구로 살게 된 것도 억울한데 치료비 부담을 위해 빚까지 지게 된 현실이 야속하고 분하다는 것이다.

 곽 중사가 사고를 당한 건 지난해 6월. ‘불모지 작전’을 위해 DMZ에 투입됐다가 부상을 입고 백두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상태가 심각해 춘천군인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군 병원 수준으로는 치료가 어렵다는 이유로 다시 강원대학병원으로 이송돼 119일간 위탁치료를 받았다. 곽 중사가 민간병원으로 가게 된 것은 본인의 주장이 아니라 군 병원의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국방부가 “관련법상 민간병원 요양비는 최대 30일까지만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곽 중사 어머니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국방부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임무 수행 중 다친 군 간부의 민간병원 진료비를 전액 부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허언(虛言)이었다. 지난달 말 개정된 군인연금법 시행령도 곽 중사와 같은 공상자는 민간병원 요양비를 최대 30일까지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방부는 “앞으로 발생할 치료비는 지원하겠다”고 대책을 내놓았다.

 곽 중사가 치료를 위해 진 750만원의 빚은 가족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국방부 홈페이지와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이게 나라냐”는 비난의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작전 수행을 하다 부상을 입은 군인 한 명도 못 지켜주는 나라를 위해 누가 목숨을 걸려고 할까. 골프장 예산이 병사 치료비보다 더 중요한지 국방부에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