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지구상에 범죄를 만드는 나라가 어디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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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범죄를 만드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

퇴임 한 달 앞 "총장으로 마지막 말"
“마치 의사가 종합진단을 하듯이
기업 전체를 수사해서는 안 돼”
포스코 수사 장기화에 일침 가한 듯

 퇴임을 한 달 앞둔 김진태(사진) 검찰총장이 3일 “총장으로서 마지막 발언”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대검찰청에서 열린 마지막 확대 간부회의에서다.

 김 총장은 “기업 전체를 마치 의사가 종합진단을 하듯이 수사하면 표적수사라는 비난을 초래하게 되고 수사의 공익적 목적에도 배치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수사 논리에만 매몰돼 수사가 굴러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말 뒤에 이어진 지적이었다.

 김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포스코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에 대해 일침을 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취임 초기부터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를 강조했던 김 총장은 포스코 수사가 시작된 이후 관련 발언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이날 작심한 듯 최근 검찰 수사 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 3월 포스코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포스코그룹 수사에 본격 착수했지만 수사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수사 지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중앙지검 관계자에게서 “비리가 있는 한 연중 수사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비리의 핵심 인물로 지목됐던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과 배성로(60) 영남일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에 대한 사법 처리 방향도 아직 결정짓지 못했다. 포스코그룹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은 이상득(80) 전 의원은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 30일 신임 검찰총장으로 김수남 대검 차장이 내정되면서 더 이상 일선 수사에 대한 지적이 차기 총장 경쟁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 점도 발언의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앙지검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한 불구속 기소는 대검찰청 의견이었다”고 말한 것도 김 총장의 ‘작심 발언’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당시 김 총장은 “도대체 어떻게 말을 했기에 그런 보도가 나오느냐”며 중앙지검에 직접 질타성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이날 발언엔 검찰 수사를 받던 피의자와 참고인의 잇따른 자살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김 총장은 “사건 관계인을 우주보다 더 무거운 인간으로 대하며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대단히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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