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 '전원식당' 21년 정든 자리 떠난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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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년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전원식당`이 아파트 개발로 인해 새둥지를 찾아야 한다. 지난달 29일, 전용원 사장이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현식 기자

그동안 타운맛집으로 사랑
"새 장소 물색 쉽지않내요"

지난 21년간 한자리에서 한인들에게 '집밥'을 대접해 온 '전원식당'이 정든 자리를 떠난다.

8가와 베렌도의 전원식당이 들어선 허름한 2층 건물이 아파트로 재개발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정든 곳을 떠나게 된 것이다.

전용원(40) 사장은 "지난 주에 새로운 건물주로부터 퇴거통지서를 받았다. 내년 4월 30일까지 현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며 "20년 넘게 손님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 장소인데 떠나게 돼 서운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전 사장의 어머니인 전정예씨는 지난 1994년 전원식당을 열었다. '집에서 어머니가 해 준 음식'을 표방하며 타운 맛집으로 발돋움했다.

2007년에는 아들인 전 사장이 어머니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하지만, 전 사장이 경영에 나서자마자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면서 경기침체가 도래했고, 문 닫을 위기에 놓였다. 전 사장은 "손님이 뚝 끊겼다. 인건비도 안 나올 정도였다"며 "저금을 해놨던 돈으로 가까스로 종업원 월급을 줬다"고 회상했다. 위기 속에서 그는 맛으로 승부를 걸었다. 음식점답게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어머니의 요리법을 더욱 철저히 지켜나갔으며 8가지 반찬 전통도 이어갔다. 특히, 고객 서비스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그는 "직원들에게는 항상 한발 앞선 고객 서비스를 부탁한다. 보통 7~10분이 지나면 즐겨먹는 반찬은 없어진다. 고객이 반찬을 더 달라고 하기 전에 미리 반찬 리필을 할 수 있게 교육한다"며 "늘 좋은 재료를 사용하려 노력한다. 항상 직접 장을 보는 이유도 좋은 재료 선택을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고객은 계속 늘었고 지난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미국 언론에도 전원식당이 소개되면서 타인종 손님이 증가한 것도 매출 증대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 한류스타 빅뱅, 프로야구선수 류현진(LA 다저스)과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등 스타들도 전원식당을 즐겨 찾는다.

전 사장은 "동태찌개, 은대구조림, 갈치조림이 '톱3' 메뉴다. 타인종들은 특히 은대구조림을 선호한다"며 "12개 테이블인데 하루에 매상이 4000달러가 넘은 적도 꽤 있다. 가게를 옮기게 돼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새 장소를 물색중이다. 무엇보다 손님들 입장에서 주차 걱정이 없는 최적의 장소를 찾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새 보금자리를 찾는 게 쉽지만은 않다.

전 사장은 "접근성이 좋아야 하고 지금보다는 좀 더 넓었으면 좋겠다. 좋은 자리가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운을 뗀 뒤 "기존 전원식당만의 토속적인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갈 방침이다. 친근한 낡은 노란색 간판도 그대로, 목재 테이블도 그대로 가져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변함없는 맛, 더 나은 서비스로 고객들을 맞이할 것이다. 제 2의 시작을 기대해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전원식당을 운영했던 전 사장의 모친은 현재 올림픽 길에서 반찬가게를 운영중이다.

박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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