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연소 300홈런, '잘했어! 이승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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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선수의 1호 홈런부터 3백호 홈런까지

대구의 밤하늘에 보석처럼 빛나는 흰 별 하나가 떠올랐다. 흰 별이 대구 구장 펜스를 넘었을 때는 새로운 역사로 변했다.

온 국민이 기다리던 이승엽의 통산 3백호 홈런이 22일 드디어 터졌다. 이승엽은 대구 SK전에서 8회말 1사 후 시즌 32호이자 개인 통산 3백호 홈런을 기록했다. 홈런이 된 공은 가운데에서 약간 안쪽으로 쏠린 직구였으며 비거리는 1백m로 비교적 짧았지만 워낙 빨랫줄처럼 날아가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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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이 방망이를 휘두르자마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대구 팬들은 두 손을 들었고 SK 투수 김원형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홈런을 때려도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이승엽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얼굴이 상기된 채 오른팔을 쫙 펴고 다이아몬드를 힘차게 돌았다.

22일 현재 26년10개월4일을 산 그는 이 홈런으로 한.미.일 프로야구를 통틀어 최연소 3백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이 부문 종전 기록 보유자는 일본에선 오사다하루(왕정치.27년3개월11일), 미국에선 평균 연봉 2천5백만달러를 받는 수퍼스타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27년8개월6일)다.

이승엽은 또 1천75경기만에 3백홈런 고지에 올라 국내 기록을 4백90경기나 줄여버렸다. 일본의 다부치 고이치보다 세 경기 늦었지만, 메이저리그 기록에는 12경기 앞섰다. 올시즌을 끝으로 미국에 진출하는 이승엽이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이승엽이 본격적으로 홈런을 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1백타수당 홈런 수는 9.1개에 이른다. 일본의 다부치 고이치는 1백타수당 8.1개, 랄프 카이너는 7.0개, 베이브 루스는 8.5개다.

3백호 홈런은 이승엽에겐 끝이 아니다. 더 큰 기록으로 가는 하나의 이정표다. 다음 목표는 99년 자신이 세운 시즌 최다홈런 기록(54개)의 경신이다. 일본 프로야구의 시즌 최다홈런 기록은 55개다.

이승엽은 곧바로 다음 목표를 향해 출발했다. 3백홈런을 때린 바로 다음 타석인 9회말 4-4 동점에서 이승엽은 연타석이자 끝내기 만루홈런을 때렸다. 3백홈런만큼 짜릿한 홈런이었다.

성호준 기자, 대구=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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