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씨 재산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조씨가 운영했던 유사수신 업체의 주요 간부들이 구속됐다.
대구경찰청은 2일 조씨 업체의 기획실장이던 김모(41)씨와 전산실장이던 정모(52·여)씨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김씨 등은 2007년 2월부터 경찰의 조희팔씨 다단계 업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던 2008년 10월까지 수십억을 빼돌려 숨겨둔 혐의다. 장호식 대구경찰청 수사2계장은 “조씨 업체 3인자인 배모(44) 전 전산 총괄 책임자를 추궁하다 관련 진술을 받았다”며 “계좌추적과 압수수색을 통해 이들이 다단계 업체 법인 계좌에서 거액의 범죄수익금을 빼돌린 정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은닉재산은 대부분 곧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일부 현금으로 보관돼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추가 수사 중인 또 다른 다단계 업체 조력자가 재산을 숨길 수 있다"며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횡령을 진술한 배씨는 지난달 24일 검거돼 구속 중이다.
이번에 횡령 혐의로 구속된 김씨와 정씨는 각각 2010년과 2012년 조희팔씨 다단계 업체 사기 행각을 공모한 혐의로 처벌 받았다. 김씨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6월, 정씨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경찰이 밝혀낸 은닉재산에 대해서는 당시 조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처벌받지 않았다. 이들은 집행유예로 나온 뒤 특별한 직업 없이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은닉재산을 숨겨둔 조력자가 더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구속자들의 가족과 고교 동창생 차명계좌까지 경찰청의 계좌추적 전문 수사관 2명의 협조를 받아 확인하고 있다. 압수수색 대상도 늘리기로 검찰과 최근 합의했다.
한편 김씨 등은 조희팔씨의 생존에 대해선 일관되게 “모른다”고만 진술했다. 송환을 앞둔 강태용(54)씨와의 접촉에 대해서도 “연락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은닉재산은=검찰은 지난해 12월 "조희팔씨가 국내에 1000억원 가까운 재산을 숨겨뒀다"고 밝혔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최근 "조씨의 재산을 추적해 사업 투자 명목의 현금 788억원과 182억원 상당의 부동산 등 970억원어치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현금 중 760억원은 고철수입 업자에게 투자해 둔 상태였고, 28억원은 예금이었다. 부동산은 백화점(136억원)과 호텔(46억원)이었다. 검찰은 또 "관계자로부터 부동산과 채권 230억원 어치가 더 있다는 진술을 받아 찾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것까지 합치면 현재까지 확인된 국내에 조씨가 숨겨둔 재산은 1200억원에 이른다.
대구=김윤호 기자, 차상은 기자 youknow@joongang.co.kr
